주부 관절염에 걸린 남자가 있다. 그냥 단순한 엄살이 아니라 병원에서 진단한 공식 진단명이 그랬다. 그런데 이 남자의 수다 레벨도 장난이 아니다. <나도 말 잘하는 남자가 되고 싶었다>(조동섭 옮김, 웅진씽크빅, 2011)를 쓴 데이비드 세다리스의 이야기이다.
책 제목이 긴 이 책은 데이비드 세다리스의 연애사 등 온갖 시시콜콜한 개인적인 일상의 이야기들이 수다처럼 담겨 있다. 그의 빵터지는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그가 왜 주부 관절염에 걸릴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가 되기도 한다.
저자 데이비드 세다리스 소개
1956년 미국 뉴욕 주 빙햄튼에서 태어나 시카고 예술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시카고의 한 작은 라디오 방송국에서 자신의 일기를 읽어주었는데, 그것이 대박이 터졌다.
그의 ‘세다리스 타임’이 전국 방송으로 옮기면서 전국구 스타가 되었고, 1994년 첫 에세이집 《Barrel Fever》를 발표하며 작가가 되었다. 최근 유튜브에서 인기를 얻으면 텔레비젼에 나오고 출판도 하는 사례가 있는 것과 유사한 경우다.

2000년에 발표한 이 책, 《나도 말 잘하는 남자가 되고 싶었다 Me Talk Pretty One Day》는 <뉴욕 타임스> 20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2000 전미 베스트셀러 1위, 아마존 베스트 북, 2004 그래미상 노미네이션, 2001 <타임> 선정 ‘올해의 유머 작가가 되었다.
작품으로《이제 와서 어쩌겠수》, 《Theft by Finding》, 《꼼짝도 못 하고 서 있기》, 《안녕하세요 고양이 씨》, 《너한테 꽃은 나 하나로 족하지 않아?》, 《코듀로이 재킷과 청바지 그리고 가족 스캔들》, 《Holidays on Ice》, 《Naked》등이 있다.
현재 영국에 살며, 미국 문예 아카데미의 회원으로 〈뉴요커〉와 BBC 라디오4에 기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나도 말 잘하는 남자가 되고 싶었다
이 책은 전 세계에 300만 부가 팔렸다고 한다. 세상은 이미 25년 전에도 지극히 개인적인 일상의 시시콜콜한 잡담들이 인기를 끄는 시대가 되었던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동영상을 보면 정말 말도 안되는 콘텐츠가 대박을 치는 것을 보면, 데이비드 세다리스는 시대를 앞서 간 선구자인 셈이다.
데이비드 세다리스는 타고난 동성애자였다. 뼛속까지 동성애자라고나 할까. 병원에서 ‘주부 관절염’이라는 진단까지 받았으니까 말이다.
주부 관절염
주부에게 발생하는 관절 질환은 대다수는 집안일로 악화되는 퇴행성 관절염이다. 설거지나 걸레질 등으로 손가락 관절이나 무릎 등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관절 증상은 여성호르몬과 연관성이 많아 폐경 후 빈도가 잦아지는 것으로 보고된다.
이 책의 저자 데이비드 세다리스의 경우는 육체적인 요소 보다는 그의 타고난 정서에서 주부 관절염이 발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다. 그의 감성이 워낙 섬세하고 예민한 데다 유머 감각이 결합되어 있으니 그의 관절이 버티지 못했던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남자들의 경우, 평소에 잘 쓰지 않던 관절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관절염이 생길 수 있다. 나는 설거지를 한 다음부터 자고 나면 손가락 관절이 붓고 통증이 느껴졌다. 이를 예방하려면 바른 자세와 스트레칭 외에는 사실 대책이 없다.
세상을 사는 용기와 유머
그러면서 그는 진솔한 용기마저 가졌다. 일기처럼 쓴 에세이를 세상에 공개할 용기를 가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 책에는 그의 온갖 사생활들이 해학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작가의 솔직함과 풍자 정신은 가히 일급이다. 세다리스는 웃음을 안다. 그는 부조리한 세상마저도 생동감 넘치는 유머로 따뜻하게 묘사할 줄 아는 능력을 가졌다.
애인을 따라 갔던 파리에서의 생활담도 재미있다. 프랑스어를 배우던 작가는 ‘패배하다’라는 뜻의 프랑스어가 불규칙 과거형 동사임을 몰라 악랄한 선생으로부터 눈꺼풀을 뾰족한 연필에 쿡쿡 찔린 수줍은 한국인 조혜윤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여기서 하필이면 왜 한국인이 등장하냐고요?^^
이슬람권에서 온 수강생의 짧은 불어로 인하여 생겨난 에피소드도 재미있다. 좀 아슬아슬한 유머이기는 한데, 당시 강의실의 풍경이 상상이 간다.
“그 사람은 자기를 예수라고 불렀는데, 그러다가…..그러다가….. 나무 두 개를 붙인 곳에 매달려서 죽었는데…..”
“어느 날 죽어서 내 머리 위로 가서 아버지랑 살아.”
“머리 길어. 죽은 다음에 첫날 다시 돌아왔어. 사람한테 잘 있다고 했어”
“예수 좋은 사람.”
“좋은 일 많이 해. 부활절 슬퍼. 지금 예수 죽었어.”(272-273쪽)
<나도 말 잘하는 남자가 되고 싶었다>는 그러니까 소파에서 키드득거리며 읽을 수 있는 에세이 이다. 만약 당신이 섬세하고 소심한 남자라면, 자신을 세상에 이렇게 심할 정도로 드러내 놓고 사는 남자도 있구나, 위안을 삼을 수도 있겠다.
그리고 저자가 말하는 멍청한 세상과 유쾌하게 소통하는 방법도 나름 터득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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