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은 어떻게 반복되는가, 켄 피셔 투자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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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 분야에서 양서 찾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피셔 인베스트먼트의 창립자이자 회장인 켄 피셔의 <주식 시장은 어떻게 반복되는가>(이건, 백우진 옮김, 에프엔미디어, 2019)를 소개한다.

켄 피셔 프로필

아버지가 성장주 투자의 대가이자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와 <보수적인 투자자는 마음이 편하다>의 저자 필립 피셔이다. 필립 피셔는 벤저민 그레이엄과 함께 초창기 투자 이론을 정립한 인물이기도 하다.

켄 피셔는 대학을 졸업하고 아버지의 투자 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1979년에 독립한 켄 피셔는 투자 회사 ‘피셔 인베스트먼트'(Fisher Investments)를 설립했다.

그가 <포브스>에 기고하는 ‘포트폴리오 전략(Portfolio Strategy)’은 많은 투자자들이 즐겨 찾은 장수 칼럼으로 유명하다.

주식시장은 어떻게 반복되는가 주요 내용

켄 피셔가 2011년 집필한 <주식시장은 어떻게 반복되는가>는 우리나라에 2019년 번역 출간되었다. 비교적 오래된 책이지만 그 통찰은 지금도 유효하다. 주식시장의 역사는 언제나 반복되기에 그렇다.

이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투자 전문 번역가 이건이 번역했다. 332페이지 분량으로 과거 시장에서 나타났던 역사적인 사례들을 저자 특유의 비판적인 시각으로 쉽게 풀어낸 투자 교양 서적으로 잘 읽힌다.

책 표지
책 표지

투자자들이 실패하는 이유

이 책의 원제는 <Markets Never Forget (But People Do)>이다. 주식시장은 절대 잊는 법이 없는데, 투자자들은 언제나 역사를 잊고 을 헤맨다.

그래서 이 책은 시중에 넘쳐나는 쓰레기 같은 주식투자 서적과는 결이 다른 양서이다. 이 책만 제대로 익혀도 무슨 비법이니 무당 같은 서적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게 된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을 이기지 못하는 건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역사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일 조차 시간이 흐르고 나면 까맣게 잊고 살기 때문이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것이 인간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다르다는 언제나 틀렸다

시장의 역사를 잊은 사람들은 ‘이번에는 다르다’라고 말한다. 켄 피셔는 뉴 노멀이나 신경제도 사실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는 이야기였고, 신경제는 1970년대 말 에너지주 붐과 거의 판박이었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새로운 이야기에 열광하고 주식시장은 언제나 이렇게 반복된다는 이야기이다.

한국 시장은 돌아봐도 마찬가지다. 언론은 항상 ‘고용 없는 경기 회복’를 걱정했지만 시장은 늘 ‘경기 회복 후의 고용 개선’으로 나타났다. 시장 전문가들은 인간의 불안 심리를 이용하여 존재한 적도 없는 더블딥을 떠들어 대는 법이다.

강세장에 대하여

인류의 기나긴 진화 과정을 들여다보면 인간의 뇌는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 위험하지 않은 상황보다 위험한 상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진화해왔다고 한다. 그러므로 인간은 고소 공포증을 DNA에 깊이 새겨 놨다.

※ 인간의 두뇌가 작동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대니얼 카너먼 생각에 관한 생각 요약 서평” 참고

강세장 초기에 수익률이 급등하면 사람들은 기겁하는 이유도 그런 까닭이다. 전문가들은 “상승세가 지나치게 크고 빠르다”라는 말을 쏟아낸다. 수익률이 지나치게 높으면 떨어져 다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역사적 통계는 강세장은 언제나 지나치게 크고 빠르게 급등했으며 그 현상은 늘 반복되고 반복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는 약세장에서도 마찬가지로 관찰되는 현상이라는 거다.

정치와 투자의 상관관계

정치인에 대한 켄 피셔의 견해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그의 견해는 한국의 정치판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정치’라는 단어는 다수를 뜻하는 라틴어 ‘poli’와 피를 빨아 먹는 진드기를 뜻하는 ‘tics’가 합쳐져 만들어졌다. 가장 합리적이고, 선의가 있고, 정신적으로 건강한 공복일지라도 워싱턴에만 가면 5년 안에 폴리틱 poli-tic이 된다. 

정치적인 편견을 갖고 투자 결정을 내리면 치명적인 결과를 맞이하게 될 거라고 켄 피셔는 강하게 경고한다. 투자와 정치의 상관관계도 역사적 통계를 보면 된다. 공화당이 집권하든 민주당이 집권하든 시장의 수익률은 대동소이했다. 투자자에게는 누가 대통령이 돼든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다.

켄 피셔가 시장을 예측하는 방법

켄 피셔는 그런 것보다 향후 12~24개월의 시장을 예측하는 일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다음 순서로 말이다.

1. 발생할 확률이 높은 결과의 집합을 생각하고, 2. 사람들 대다수가 예측하는 일이 무엇인지 이해하며, 3. 예측과 미래에 실제 일어날 일의 괴리가 좋든, 나쁘든, 얼마나 될지는 가늠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무엇을 희망하는 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무엇을 예상하는지, 그리고 그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 그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존 케인즈의 미민대회론이나 벤저민 그레이엄의 투표 계산기와 맥락이 같은 말이다.

“주식을 고르는 것은 미인대회와 같아서 여러분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심사위원들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고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경제학자 존 케인스

경기가 안 좋은데도 주식시장이 급등하는 것도 이때문이며, 경제 성장률이 탄탄한데도 주식시장이 엉망인 것 역시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과거는 결코 미래를 예측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켄 피셔는 역사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과거는 결코 미래를 예측하지 않기 때문이다. 합리적으로 생각해 무엇인가 일어날 것만 같다고 예측해서도 안된다.

자본시장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고 투자는 확실성이 아닌 확률의 게임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러니 투자자들은 시장의 역사를 꿰뚫고 있으면서도 미래를 새롭게 바라보는 혜안을 길러야 한다. 여기에 투자의 어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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