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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카페에서 문학 읽기, 시기와 질투의 미묘한 차이

김용규의 <철학카페에서 문학 읽기>(웅진지식하우스, 2006)는 고전에 대한 저자 나름의 새로운 철학적 해석을 통해 삶과 세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책입니다.

철학적 분석과 해석의 차이

분석이란 작품의 배후에 숨어 있는 작가의 의도나 작품의 의미와 가치를 밝히는 작업입니다. 그에 반해 철학적 해석이란 작품에 의해 전개되는 독자 자신의 새로운 ‘존재 가능성’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즉 철학적 해석이란 작품 앞에서의 자기 이해, 작품으로부터 더 넓어진 자신을 얻는 것, 작품을 통한 자기 발전 가능성을 뜻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철학카페에서 문학 읽기>는 역사, 영화, 미술, 연극 등 다양한 분야들을 끌어와 독자로 하여금 독자 자신의 문학과 예술을 인문교양의 영역으로 그 지평을 넓혀가도록 합니다.

철학카페에서 문학 읽기 목록

저자는 문학 작품 13편을 선정하여 카페에서 커피 마시듯 독자와 철학적 담론을 이야기합니다. 저자가 선정한 고전 13편은 이 책의 목록이기도 합니다.

  • 신은 누구를 구원하는가? – 괴테의 〈파우스트〉1부 : ‘자기 체념’에 대하여
  • 악마마저 이겨낸 남자 – 괴테의 〈파우스트〉2부 : ‘자기 실현’에 대하여
  • 질풍노도를 잠재우는 법 –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 ‘성장’에 관하여
  • 관계의 미학 –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 ‘만남’의 의미
  • 사랑과 질투의 함수관계 – 셰익스피어의 〈오셀로〉 : ‘질투’에 관하여
  • 가족에 관한 냉혹한 진실 –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 ‘가정’의 의미
  • 참을 수 없는 일상과의 결별 – 사르트르의 〈구토〉 : ‘일상’에 대하여
  • 텅 빈 무대의 대본 없는 배우, 인간 –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 ‘권태’의 의미
  • 나는 반항한다. 고로 존재한다 –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 ‘반항’의 의미
  • 그 섬은 어디에 있을까? – 최인훈의 〈광장〉 : ‘유토피아’에 대하여
  • 당신들의 유토피아, 우리들의 디스토피아 –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 : ‘디스토피아’에 대하여
  •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합니다 –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 ‘인간공학’에 관하여
  • 빅브라더가 지켜보고 있다 – 조지 오웰의 〈1984년〉 : ‘사회공학’에 관하여
  • 나를 찾는 시간여행, 회상 –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회상’의 의미
첟학카페에서문학 읽기 책표지

메피스토펠레스의 유혹에 빠진 파우스트가 어떻게 구원을 받았는지, 오셀로에서 ‘사랑과 질투’의 함수 관계는 무엇인지, 구토와 페스트에서는 부조리와 그 극복을, 어린 왕자에서는 관계의 의미를 해석합니다.

실존 인물이었던 파우스트, 진정한 ‘만남’을 갈구하던 생텍쥐페리, 31세에 요절한 박인환 시인의 삶과 영화 <집으로>, 황석영의 <삼포 가는 길>, 신경림의 <사막>, 살바도르 달리의 <시간의 지속> 같은 작품들의 세계도 덤으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시기와 질투의 미묘한 차이

그리고 우리가 흔히 사용하고 있는 말, 시기와 질투의 미묘한 차이에 대한 저자의 해석도 재미있습니다. 

시기는 자기가 갖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에 대한 불편한 감정임에 반해, 질투는 이미 자신이 이미 소유한 것을 경쟁자에게 빼앗길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오는 불편한 감정이라고 합니다.

저자의 이러한 뜻풀이가 보편적인 용례인가 싶어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를 찾아봤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아래 뜻풀이와 같이 이성 관계 외에는 시기와 질투를 거의 같은 뜻으로 풀이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시기는 남이 잘되는 것을 샘하여 미워하는 것이고 질투는 첫 번째 뜻이 이성이 다른 이성을 좋아할 경우에 시기하는 것을 말하고, 두 번째가 다른 사람이 잘되거나 하는 것 등을 공연히 미워하는 것이라고 뜻풀이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기(猜忌) 남이 잘되는 것을 샘하여 미워함.

질투(嫉妬/嫉妒) 1. 부부 사이나 사랑하는 이성(異性) 사이에서 상대 되는 이성이 다른 이성을 좋아할 경우에 지나치게 시기함, 2. 다른 사람이 잘되거나 좋은 처지에 있는 것 따위를 공연히 미워하고 깎아내리려 함, 3. (카톨릭) 칠죄종(七罪宗)의 하나. 우월한 사람을 시기하는 일을 이른다.
-표준국어대사전의 시기와 질투에 대한 뜻풀이

아마도 저자는 질투라는 뜻을 이성 사이에 초점을 맞추어 내가 소유한 것을 경쟁자에게 빼앗길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오는 감정이라고 해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표준국어사대사전을 보면, 시기와 질투의 용례가 미묘하긴 하지만, 오히려 시기는 남이 잘되는 것을 미워하는 감정임에 반해, 질투는 다른 사람(이성 포함)이 자기보다 우월할 때 생겨나는 불편한 감정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직관적이고 단편적인 뜻풀이에 대하여 저자와 같이 더 깊은 철학적 해석을 각자 스스로 해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이 <철학카페에서 문학 읽기>를 읽는 진정한 묘미가 아닐까 합니다.

나아가 작품에 대한 저자의 철학적 해석과 자신이 읽었던 작품에 대한 감상과 해석을 교차하다 보면 텍스트가 점점 더 풍부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문학 작품에 대한 저자 나름의 철학적 해석은 독자들에게 작품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주고, 삶과 세상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시도하게 하니까요.

저자 김용규 소개

저자 김용규는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과 튀빙겐 대학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했다. 자그마한 정원이 있는 예쁜 벽돌집에서 피아니스트인 아내와 호기심 많은 딸과 살고 있다. 요즘은 정원이 내다보이는 창가에서 향을 피우고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문학 작품을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문학 작품에 대한 기초 지식부터 인문학의 안팎을 넘나드는 풍부한 교양까지 듬뿍 들어 있는 이 책을 통해 철학의 색다른 맛과 향기를 즐겨보기를 권한다 – 책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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