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오드 뮈라이의 오, 보이! 꿀잼각 청소년 소설 추천

·

By




프랑스 작가 마리 오드 뮈라이의 <오, 보이!>(이선한 옮김, 바람의 아이들, 2022)는 최근에 읽은 청소년 소설 중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입니다. 이 작가의 소설은 이번에 처음 접했는데, 2022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수상 작가라고 합니다.

이 소설은 프랑스 청소년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스테디셀러이자 현직 중고등 교사들의 추천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슬픈 이야기를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조금 반성하기도 한 소설이었습니다.

작가 마리 오드 뮈라이 프로필

1954년 프랑스 아브르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나 소르본 대학에서 현대문학을 전공했습니다. 1985년 어른들을 위한 첫 동화집 <동행>과 <여기 루를 보라>를 펴냈습니다.

1986년부터 청소년 문학 작품을 쓰기 시작해 <바다개>와 <쉬운 네덜란드 어>로 소르시에르 상을 연달아 수상했고, 2004년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습니다.

지은 책으로 <베이비시터 블루스>, <210프랑짜리 우리 아기>, <열혈아 딩키> 등 청소년 소설부터 판타지, 스릴러, 탐정 이야기, 동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80권 넘게 썼습니다. 

공무원 남편과 결혼한 마리 오드 뮈라이는 세 아이의 엄마이자 손자를 둔 할머니로 현재 오를레앙에 살고 있습니다.

책표지
책표지

오, 보이! 줄거리

등장 인물

시메옹 : 열네 살이지만 생트 클로틸드 고등학교 졸업반에 다니면서 대학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천재소년입니다. 시메옹은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주방 세제를 마시고 자살하는 바람에 여덟 살 모르간, 다섯 살 브니즈 동생을 보살펴야 하는 소년 가장이 됩니다.

조지안 : 시메옹의 아버지 조르주 모를르방의 첫 번째 아내가 조르주와 결혼하기 전에 낳은 딸로 부유한 안과 의사입니다. 시메옹과는 혈연 관계는 없는 셈입니다.

바르텔레미 : 시메옹의 아버지 조르주 모를르방이 첫 번째 아내와 결혼하여 낳은 아들로 조지안의 이부 동생이 되고 시메옹과는 이복 형제가 되는 셈입니다. 조르주 모를르방은 아내가 바르텔레미가 임신했을 때 집을 나갔다가 시메옹의 엄마와 결혼했습니다.

애칭 바르로 불리는 바르텔레미는 남자 동성애자입니다. 바르는 이 소설의 제목으로 쓰인 감탄사 ‘오, 보이!’를 빈번하게 내뱉습니다.

“오, 보이!”는 이상함, 감탄, 경멸 등의 부정적이고 긍정적인 모든 감정을 B급 감성으로 표현한 감탄사로 작가 마리 오드 뮈라이는 미국 코미디를 보며 이 소설의 제목으로 오 보이를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 외 인물로는 모를르방 남매의 후견인 지정 담당 판사 ‘로랑스 데상’과 사회복지사 ‘베네딕트 오로’, 그리고 바르텔레미 위층 여자 ‘에메’가 등장합니다.

소설의 서두 인용문

작가 마리 오드 뮈라이는 서두에서 소설가 로맹 가리의 <새벽의 약속>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시작합니다.

“유머는 존엄성의 선언이며, 인간에게 닥친 일들에 대한 인간 우월성의 확인이다.”
– 로맹 가리, <새벽의 약속> 중에서

작가가 서두에서 인용한 구절은 이야기의 방향성을 잘 나타내주는 말입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시메옹과 바르텔레미는 갑자기 닥친 불행에도 유머를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자세를 보여줍니다. 이 소설의 훈훈함은 여기에서 비롯되는 것 같습니다.

고아가 된 삼 남매

아버지가 오래전 집을 나갔고 엄마는 주방세제를 마시고 자살하여 고아가 되자 시메옹은 사회복지사 베네디트 오르의 주선으로 보육원에서 동생들을 데리고 살게 됩니다.

그러함에도 시메옹은 절망하지 않고 천재소년 답게 냉철하게 생각합니다. 시메옹은 삼 남매가 앞으로 살 방도는 아버지의 전처 자식들을 찾아 후견인을 요청하는 길 밖에 없다고 결론 내립니다.

사회복지사 베네딕트 오로와 판사 로랑스 데상은 수소문 끝에 시메옹의 이복 형제인 조지안과 바르텔레미를 찾아내는데 성공합니다. 그러나 조지안은 그와 혈연 관계가 없었고 바르텔레미는 철딱서니 없는 남성 동성애자라는 사실에 실망합니다.

판사 로랑스 데상이 삼 남매의 후견인을 지정하려고 조지안과 바르텔레미를 불러 삼 남매와 대면시키지만, 조지안은 자기는 시메옹과 아무런 법률적인 관계가 없다고 난색을 표하고, 바르텔레미는 제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들어 보이는 데다 자기도 아버지에게 버림 받았는데 이제와 이게 웬일이냐며 ‘오, 보이!’를 연발하기만 합니다.

판사는 세 남매가 절대 떨어져 살기를 원치 않는데도 조지안이 앙증맞은 다섯 살 브니즈 만을 입양하기를 원한다는 사실에 어이없어 합니다. 그래도 바르텔레미는 일요일에 보육원에 살고 있는 세 남매를 자기의 집으로 초대하는 성의를 보이는데 말이죠.

소설은 바르텔레미가 시메옹의 처지를 이해하고 그에게 다가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며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사회의 부적응자 같이 보였던 바르텔레미가 사실은 어린 고아들의 수호천사였다는 걸 보여준다고 할까요?

바르텔레미가 시메옹과 가까워지자 이들 이복 형제들에게 또 다른 시련이 닥쳐 옵니다. 병약했던 천재소년 시메옹이 백혈병에 걸리고 맙니다. 불행은 홀로 오지 않는다고 했던가요? ㅠ

인상 깊은 구절

“저 앨 가만히 나 둬! 쟤는 백혈병이야. 그게 뭔지 알아? 벽혈병! 암이야. 쟤는 아빠도 엄마도 없어. 그런데 이제 암까지 걸렸어. 열넷 살에 말이야. 그런데 넌 뭐 하는 거야? 쟤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 쟤는 대단한 애야. 왜 하필 저 녀석이냐고!”

– 바르의 동성 애인 레오가 시메옹을 괴롭히자 바르가 격분하여 쏟아낸 말, 본문 114쪽

어른이 되는 바르텔레미

자기의 인생에 불쑥 찾아온 세 남매를 떼어내어야 할 혹 같은 걸로 느꼈던 바르텔레미는 어느새 친형제보다 더 진한 애착을 시메옹에게 느끼게 된 것이지요.

이 과정을 작가 마리 오드 뮈라이는 감정 과잉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묘사합니다. 때로는 슬프게, 가끔은 유머를 섞어, 그러면서도 존엄성을 잃지 않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그래서 슬픈 이야기이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오, 보이! 독후감

아무튼, 바르텔레미는 백혈병에 걸린 어린 이복 동생을 자기 일처럼 정성을 다해 돌보면서 어른이 되어 갑니다. 주사 바늘만 보아도 기절하던 그가 나중에는 시메옹을 위해 골수 이식까지 하게 됩니다.

툭 하면 남편에게 폭력을 당하고 사는 위층 에메의 삶에도 기꺼이 도움을 주는 남자가 되어갑니다.

모든 청소년 소설이 그렇듯 이 소설도 훈훈한 마무리로 끝납니다. 어쩌면 시메옹은 축복받은 소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사회와는 너무나 다른 이상적인 이야기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판사가 직접 시메옹의 이복 남매들을 직접 찾아 나서 갈등을 조정해 후견인 지정도 훌륭하게 마무리 합니다. 사회복지사도 친 동생들처럼 남매의 일에 신경을 쓰고 보육원 관계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 판사들도 그러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현실과 너무 다른 따뜻한 이야기이기에 더 훈훈하게 읽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슬픈 이야기를 이렇게도 쓸 수 있는 작가의 능력에 감탄도 했습니다. 힘들고 어려울수록 바르텔레미처럼 오, 보이!를 한번 날리고 다시 마음을 다잡고 시작해 봐야겠습니다.






댓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