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더릭 반하버비크의 <초과수익 바이블, Excess Returns>(이건 옮김, 에프엔미디어, 2017)은 지난 100년 간 투자 분야 대가들의 투자 철학과 연복리 수익률, 투자 전략 등을 정리한 책이다.
초과수익 바이블 요약
이 책은 2017년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었다가 2020년 양장판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저자는 대가들의 투자 철학과 투자 전략을 소개하기 위해 지난 100년 동안 투자 구루들이 남긴 저서나 논문, 기사 등을 정리해서 536쪽 분량에 4부, 11장으로 나누어 정리했다.
저자는 1장에서 투자 대가들의 투자 철학을 알아본 뒤, 투자 대가들의 펀더멘탈 분석과 밸류에이션 기법들을 소개하고 실제 투자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수와 대처 방법들을 제시했다.
어떤 분야이든 새로운 분야에 입문할 때, 먼저 그 분야의 성공한 사람들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저자도 이 책에서 그런 목적으로 투자 대가들의 철학과 전략들을 검토하고 독자들에게 투자 철학을 정립할 수 있는 방향성을 제공한다.
다만, 이 책에서 저자는 소위 추세추종 전략가나 모멘텀(momentum) 트레이더와 같은 투자가와 거시경제 투자 대가들은 다루지 않았다.
이 책을 읽는 효용 중의 하나는 초심자가 마땅히 가져야 할 신중함과 경계심을 충족시켜 준다는 것이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썰물이 되어야 누가 벌거벗고 수영하는지 드러나는 법이다”
– 워렌 버칫, 1992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서한 중에서
이 얼마나 주식 시장의 위험성을 간명하고도 오싹하게 드러내는 말인가. 아무런 준비 없이 주식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그 어떤 일보다 투자는 지나칠 정도로 보수적으로 입문해야 되는 세계인 것이다.
이 책에서 정리하는 바와 같이 대가들은 하나같이 자신들만의 투자 철학이 있었다. 투자 철학이란 주식시장의 작동 원리와 시장에 참가한 투자자들의 실수를 바라보는 일관된 사고방식을 말한다.
펀더멘탈에 집중하는 가치투자자들은 공통적으로 주가는 단기적으로 예측할 수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적정 주가(내재 가치, intrinsic value)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오르내린다고 가정한다.
이 책의 2 장부터는 대가들의 펀더멘탈 분석과 밸류에이션 기법들을 정리하고 소개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책 한 권을 읽고 가치 분석 기법을 제대로 익히기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가치분석 기법을 볼 때마다, 그 분석이라는 것이 뜬구름 잡는 것처럼 애매모호하기 그지 없었다.
하여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가치 분석을 보고 단번에 이것이다! 하고 무릎을 딱 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이 가치 분석과 궁합이 맞는 투자자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럼, 가치 분석 대가들의 연복리 수익률은 얼마나 될까? 투자 실적을 말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은 단기간의 실적과 소규모 투자 자금의 운용 실적은 그냥 무시하는 것이 좋다. 단기 실적은 실력보다는 운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초과수익 바이블, Excess Returns>에서 정리하여 인용하는 투자 대가들의 연복리 수익률도 대부분 10년~60년에 이르는 장기간에 이룩한 실적이고, 자산 규모도 매운 큰 대형 포트폴리오를 운용하여 거둔 실적들이다.
대가들의 연복리 수익률 추정치
저자가 제시한 10년 이상 투자한 대가들의 연복리 추정치를 보면, 워런 버핏은 무려 54년 동안 연복리 수익률 23%를 달성했다. 저자가 인용한 대가들의 수익률에도 검증할 부분이 많긴 하지만 54년 동안 연복리 수익률 23%는 자산이 매 3년 마다 두 배로 불어나는 어마어마한 수익률이다. 그걸 54년 동안 되풀이했다고 생각해 보라!
홍춘옥은 이 책에 추천사를 이렇게 썼다. “실전에 바로 써먹을 수 있는 투자 전략을 담은 책이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아무리 읽어도 실전에 바로 써먹을 수 있는 투자 전략은 차지 못했다. 대신 투자 대가들이 주식 시장을 바라보는 방법 같은 것을 어렴풋이 짐작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투자 대가들의 마켓타이밍
기업도 인간처럼 창업 단계, 성장 단계, 성숙 단계, 쇠퇴 단계의 성장 주기를 가진다. 그건 주식 시장도 마찬가지다. 약세장에서 강세장으로 이동했다가 다시 약세장으로 이동하는 사이클을 주기적으로 가진다.
그런데 누구나 그 변곡점을 짚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기업이 성숙 단계를 지나 쇠퇴 단계에 접어들었는지, 지금이 강세장의 시작인지 아니면 반대로 정점을 지나 약세장 초입인지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있을까?
존 템플턴은 “비관론이 최고조일 때가 매수의 적기이며, 낙관론이 최고조일 때가 매도의 적기다”(Krass, 1999)라고 말했는데, 비관론이 최고조일 때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지나고 나면 그 때가 그때였구나 하고 확인할 수 있지만, 현장에서 그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거시경제 투자의 대가 짐 로저스도 같은 말을 했다. “히스테리를 볼 때마다 난 반대로 움직일지 생각해본다. 공황 심리와 반대로 가면 틀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단, 끝까지 버텨낼 수만 있다면.”(Schwager, 2006)
투자 서적을 읽을 때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투자 구루들은 그것을 정량적 수치에 의존하기보다 자신만의 어떤 탁월한 직관, 혹은 자신에게 내재된 어떤 감각으로 그걸 느끼는 것 같다. 물론 대가들도 틀릴 때도 많겠지만, 그들은 포트폴리오와 포지셔닝을 통해 리스크를 보완해 나간다.
주식투자 입문자들이 <초과수익 바이블, Excess Returns>을 읽고 주식의 내재 가치 분석에 대한 개념 정도를 알고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는 방향성을 검토해 보는 계기로 삼을 수만 있어도 이 책을 효용을 충분히 다한 셈이다.
덧붙여 이 책에서 인용하고 있는 투자 관련 서적으로 범위를 차근차근 넓혀 간다면 아마도 저자의 의도에 부합하는 신중한 투자자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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