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한 부부의 양육권 소송을 다룬 법정 드라마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1979)는 더스틴 호프만과 메릴 스트립의 메소드 연기로 이혼한 부부의 복잡한 심경을 잘 표현한 보기 드문 고전 영화입니다.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수상 정보
로버트 벤튼이 연출한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는 제52회 아카데미(1980) 작품상과 각색상, 감독상(로버트 벤튼), 남우주연상(더스틴 호프만), 여우조연상(메릴 스트립)을 수상했습니다.
이 영화는 경쟁작이었던 <지옥의 묵시록>을 물리치고 아카데미 5개 부문을 석권하면서 당시 화제를 모았고 흥행에도 성공한 작품입니다.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줄거리
영화 제목은 원고와 피고의 이름이자, 소송명이기도 합니다. 테드 크레이머(더스틴 호프만)는 광고 업계에서 중요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느라 일곱 살 난 사랑스러운 아들 빌리에게 눈길 한번 주지 못할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냅니다.
열정적으로 일하는 그에게 회사는 드디어 큰 계약 건을 맡기며 승진을 보장합니다. 그에게는 최고의 날이었죠. 테드는 승진보다 더 큰 계약을 그가 맡게 된 것에 더 기뻐하지만, 퇴근 후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내의 날벼락 같은 이별 통보였습니다.
테드가 귀가하자마자 아내 조안나 크레이머(메릴 스트립)는 8년 동안 참아왔던 한 마디 말을 던지면서 여행 가방을 들고 집을 나갑니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어디론가 떠나야겠다.”
테드는 아내의 행동이 야속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에게 심각한 상황이 닥쳐오고 있다는 걸 어슴푸레하게 인지합니다. 조안나가 떠나고 난 후, 더 정신없이 바쁜 일상을 보내게 됩니다.
그를 온통 사로잡고 있었던 회사일은 중심부에서 서서히 밀려나게 되고, 대신 어린 아들 빌리(저스틴 헨리)가 그 중심으로 떠오릅니다.
아들에서 시작한 하루가 아들에게서 끝나는 일상. 아침 챙겨 먹이기, 등교시키기, 센트럴 파크에서 놀아주기, 잠들기 전 책 읽어주기 등등.
테드는 아내가 떠난 후 그의 삶에서 잊고 있었던 가족의 소중함을 비로소 깨닫기 시작합니다. 아내가 왜 떠나갔는지도 차츰 이해하게 됩니다. 테드는 비로소 인생의 의미를 깨닫고 새로운 날들을 시작하고 있었던 것이죠.
테드는 피곤에 지칠 법한데도 오히려 활기찬 나날을 보냅니다. 일을 사랑했던 것만큼 테드는 아들 빌리를 사랑하게 된 것이죠.
그로부터 18개월 후, 돌연 나타난 조안나가 빌리의 양육권을 놓고 테드에게 소송을 걸어옵니다. 둘은 부부로서가 아닌 원고와 피고로서 법정에서 만나게 됩니다.
법정에서 그들의 사생활은 적나라하게 발가벗겨지고, 변호사들은 승리를 위해서라면 이들 부부의 아주 사소한 사생활도 무자비하게 까발립니다.
더스핀 호프만과 메릴 스트립의 절제된 연기력이 이혼한 부부가 겪게 되는 애처롭고 애특한 감정을 성공적으로 그려내면서 눈물샘을 자극합니다.
재판 과정에서 테드는 회사에서 해고되어 실직 상태였으나, 조안나는 그 동안 직장도 갖게 되었고,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해 몇 명의 남자들과 연애를 한 것으로 드러납니다.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결말
판사는 조안나에게 양육권이 있음을 명령하지만, 그녀는 양육권을 테드에게 양보합니다. 그녀는 변화된 남편의 자세를 보면서 아들 빌이 자신보다 남편을 더 편안하게 느낄 것으로 생각한 것입니다.
영화는 빌과 마지막으로 대화를 하기 위해 테드의 집으로 들어가는 장면으로 끝납니다. 이 엔딩 장면은 깊은 울림과 긴 여운을 남깁니다.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는 얼핏 보기에는 아이를 키우는 것이 여성 만의 역할이 아니라는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묘하게도 여성을 폄하하는 편향성도 많이 보이는 영화입니다.
조안나는 아이는 뒷전이고 일과 승진에만 골몰한 남편에게 지치고 아이 양육만으로는 만족을 하지 못해 가족을 팽개치고 무책임하게 떠나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영화의 마지막에서는 테드가 항소하면 다시 아들을 법정에서 세우야 한다는 말을 듣고 포기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강조함으로써 마치 아이를 두고 누가 더 깊이 사랑하는가, 즉 경쟁이라도 시키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는 달리 생각할 구석도 여전히 많은 영화입니다. 가정에서 아버지와 엄마의 역할은 아직도 완전히 정립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영화 음악
영화 음악으로 쓰인 비발디의 만돌린과 현, 하프시코드를 위한 협주곡 C장조 Op.134의 음률도 이 영화의 정서와 좋은 하모니를 이루며 감성을 자극합니다.
좋은 영화는 서사 못지 않게 음악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이 영화는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영화가 생각날 때 비발디의 만돌린 협주곡 다장조 1악장에 몸을 맡기면 추억이 돋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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