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에게 공부법을 배우다, 네 통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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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흔의 <네 통의 편지>(나무를심는사람들, 2023)는 퇴계의 공부법을 소재로 엮은 일종의 팩션이다. 부제 ‘퇴계에게 공부법을 배우다’를 봤을 때는 자기계발서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읽다 보니까 소설이었다. ㅋ

2009년 출간된 <퇴계에게 공부법을 배우다>를 리뉴얼한 소설이라고 하는데, 교육열이 높은 나라에서 이런 류의 책은 꾸준한 수요가 있는 모양이다.

퇴계 이황이야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나, 그의 공부법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공부를 했길래 그는 조선을 대표하는 대 유학자가 되었을까, 라는 궁금증에 저자 나름으로 답한 소설이라고 생각된다.

저자 설흔 소개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공부했다. <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로 2010년 제1회 창비청소년도서상 대상을 수상했다.

조선 후기를 살았던 인물들의 삶을 소개하는 책들을 주로 써 왔다.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공저), <소년, 아란타로 가다>, <퇴계에게 공부법을 배우다> 등을 썼다.

책 겉표지
책 겉표지

네 통의 편지 줄거리

소설의 도입부에서 일흔이 된 퇴계가 제자 이함형과 노비 돌석만 데리고 도산 서당을 떠나 청량산 중턱의 오가 산당에서 나흘간 머물고 오겠다고 하여 제자들을 경악시킨다.

퇴계 이황의 생몰 연도는 1502년 – 1571년이다. 우리나라 나이로 퇴계는 일흔에 세상을 떠났다. 죽음을 앞둔 노인네가 산행을 가겠다고 하니 제자들이 경악할 만했다.

청량산 오가산당에 도착한 퇴계가 앞으로 나흘간 하루에 한 사람씩 찾아올 것이고 그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베풀 것이라고 하여 이함형과 돌석을 또 한번 놀래켰다.

배움에 목 마른 사람들이 보내온 은밀한 편지를 읽은 퇴계가 그 사람들에게 손수 가르침을 베풀겠다는 것이었다. 이함형과 돌석은 오늘은 누가 찾아올까 궁금해 하며 오가 산당의 사립문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풍경에서 소설은 시작한다.

첫날의 주인공은 대장장이 배순이었고, 두 번째 편지를 보낸 주인공은 약방을 하는 최 의원의 무남독녀 최난희였다.

그 무렵 퇴계의 도산 서당은 천하의 인재들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명문 중의 명문 서당이었다고 하는데, 아무리 소설이라고 하지만 나이 마흔이 다 된 대장장이와 남녀유별이 엄했던 조선에서 처자에게 퇴계가 직접 가르침을 베푼다는 설정은 좀 선을 넘은 게 아닌가 싶다. ㅋ

아무튼, 퇴계는 그런 배순과 최난희에게 어떻게 공부를 시작하고 배움을 이어나가야 하는지 세세하게 가르쳐주는 대인배다운 풍모를 보인다.

셋째 날은 또 누가 찾아올까, 하고 이함형과 돌석은 사립문만 뚫어지게 쳐다보며 기다리고 있는데, 반전이 일어난다. 여기서 세세하게 다 말하면 혹시 이 책을 읽으시려는 분들의 재미를 반감시키게 되므로 줄거리 정리는 이쯤에서 그만두기로 한다.

네 통의 편지를 읽고 느낀 점

퇴계 이황은 왠지 멀게 느껴지는 유형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서 그나마 그에 대해 조금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

퇴계는 대학자였지만 과거 시험에 세 번 낙방하고, 34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문과 초시에 급제했다는 사실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천재가 아니었던 그가 어떻게 조선의 대학자가 되었을까? 그의 공부법의 요체는 <네 통의 편지> 서문에 저자가 잘 정리해 놓았다. 이황은 제자 이함형에게 쓴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너무 서두르지도 말고, 어려움을 꺼리지도 말며, 한 번 알지 못했다고 곧바로 포기하지도 말고, 그저 하던 걸 그대로 하면서 나아가십시오. (중략) 그렇다고 해서 공부를 고생스럽게만 할 게 아니라, 때로는 한가하게 쉬면서 정서를 함양할 필요가 있습니다.

– 네 통의 편지 저자 서문에서

그런 마음 가짐으로 퇴계는 평생을 공부했던 것 같다. 퇴계는 책 한 권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외운 후에야 다음 책으로 나아갔다고 한다. 이 책에서 퇴계는 돌석에게 공부란 결국 마음을 다잡는 일이라는 것, 마음이 중심을 잡지 못하면 그 어떤 공부를 해도 소용이 없다고 강조한다.

퇴계의 공부법 요점
퇴계의 공부법 요점

<네 통의 편지>는 퇴계 이황을 그야말로 전심전력으로 공부에 매진하며 일생을 보냈던 인물로 그린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소설이라는 점 때문인지 이 책은 지나치게 퇴계를 유교의 이상향으로 추켜세운다. 꼭 위인전을 읽은 기분이라고 할까?

역사 소설을 읽을 때에는 주의할 점이 몇 가지 있다. 대표적으로 소설의 에피소드를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도 그런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예컨대, 퇴계가 노비 돌석을 면천시켜주는 에피소드는 역사적 사실을 강하게 부정하는 인식의 오류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퇴계가 자식들에게 남긴 상속 재산은 전답이 36만 평이 넘었고, 노비는 370명에 달했을 정도로 대부호였다. 이황은 노비의 숫자를 불리기 위해 양천교혼을 자식들에게 가르치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 책은 진득하게 공부하는 마음 가짐을 다지는 데는 일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설정이 좀 유치하긴 해도 청소년기에는 아주 작은 계기가 인생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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