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 티끌모아 로맨스 줄거리, 송중기 주연 데뷔 영화

티끌모아 로맨스 줄거리, 송중기 주연 데뷔 영화

오늘 소개하는 영화는 송중기가 주연으로 처음 출연한 영화 <티끌모아 로맨스>(2011)입니다. 이 영화는 당시 유행했던 88만원 세대라는 말이 떠오르는 영화입니다.

주인공 구홍실(한예슬 분)과 천지웅(송중기 분)은 악착스럽게 생활해야만 간신히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고단한 청춘입니다. (송중기의 첫 주연 배역의 운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88만 원 세대의 아픔이나 연인들의 로맨틱한 감정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티끌모아 로맨스>는 주인공들의 삶을 서사적으로 보여주는 대신, 파편화된 에피소드로 나열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티끌모아 로맨스 영화 포스터

‘세상에 돈 안 되는 물건은 없다’는 구홍실이 백수 천지웅을 꼬드겨 두 달 안에 오백만 원을 모으는 과정을 보여주지만, 그 과정은 지루하고 단조롭게 전개됩니다.

이러한 장면들은 그 당시 유행했던 김생민 씨의 “스튜핏” 유행어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자본주의 사회 구조에서는 근검 절약 만을 한다고 해서 결코 부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김생민 씨 또한 근검 절약 만으로 부자가 된 것은 아니었듯이 말입니다.

구홍실은 2억 원을 목표로, 신부·신랑 친구 아르바이트부터 피로연 잔반 챙겨가기, 버려진 쓰레기 봉투에 자기 쓰레기를 눌러 담아 버리기, 빈집에서 폐품 수집하기, 카페에서 설탕 훔치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티끌’을 모읍니다. 이런 장면들은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보다는 오히려 불쾌한 감정을 일으킵니다.

여기에 생각 없이 행동하는 지웅이 가세하면서, 이들의 티끌 모으기는 점차 희화화되고, 영화 <티끌모아 로맨스>는 점점 몰입감을 잃고 나락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여자친구와 모텔에 갔다가 콘돔 값 50원1이 모자라 관계를 갖지 못한 지웅입니다. 월세를 내지 못해 옥탑방에서 쫓겨나지만, 여자친구에게는 80만 원짜리 명품 구두를 선물하는 지웅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모습의 지웅이 홍실과 함께 티끌을 모으는 장면은, 마치 서울 하층부에 기생하는 두 기괴한 인물을 보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훗날 영화 <기생충>의 원형의 코믹 버전이 이미 이때 나왔다고나 할까요.

홍실은 돈을 모으기 위해 온갖 부정한 방법들을 동원합니다. 그녀가 두 달 만에 오백만 원을 모은 방법 중에는 정당한 수단이라 볼 만한 것이 거의 없습니다. 그녀는 지웅 몰래 그의 재개발 이주비를 가로채는 비열한 수단도 서슴지 않습니다.

홍실의 삶에서는 근검 절약이나 근면 성실의 미덕을 찾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기성세대들에게서나 볼 수 있는, 꼼수를 동원해 돈을 모으려는 욕심만이 보일 뿐입니다.

지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가난하지만 정정당당하게 살아가려는 자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직 돈만을 추구합니다. 이 때문에 그들이 관객에게 ‘괴물’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영화 <티끌모아 로맨스>는 주인공들의 가난한 처지를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다루지 않고, 개인사로 치환하는 실수를 범하고 있습니다.

장례비용 문제로 어머니의 장례를 제대로 치르지 못한 트라우마가 홍실을 돈에 집착하게 만들었고, 판단력 없는 지웅의 성향이 그를 힘든 삶으로 내몬 것처럼 묘사합니다.

결국 이 영화는 정정당당하지 못한 방식으로 티끌을 모은다고 해서 로맨스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사랑의 본질은 연민에 있습니다. 연민이란, 어렵지만 꿋꿋하게,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연대하려는 마음에서 생겨나는 감정입니다.

그런 점에서 지웅과 홍실에게 연민을 느끼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개봉 당시 놀랍게도 42만 명이 관람했습니다.

  1. 2011년 당시에는 50원을 했었나 봅니다. 그래도 그 당시에는 물가 만큼은 착했다고 할까요?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