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루 평균 두 개의 글을 블로그에 꾸준하게 올리시는 분이 있습니다. 그 끈기의 근원을 찾아보기 위해 <파워블로그 핑크팬더의 블로그 글쓰기>(평단, 2021)를 읽어 보았습니다.
파워블로거 핑크팬더 소개
저자는 1년에 100권이 넘는 책을 읽던 어느 날, 갑자기 서평을 쓰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2009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 책 리뷰를 올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시작한 그의 네이버 블로그는 누적 포스팅 8,300개에 7만 5천 여명의 이웃과 누적 조회수 1,200만회를 자랑하는 대형 블로그로 성장했습니다.
그간 블로그에 책 2천 권의 리뷰를 올렸고, 이 책을 비롯해 그간 책도 10여 권 넘게 출판했다고 합니다.
핑크팬더의 블로그 글쓰기 주요 내용
이 책은 2016년도에 초판 출판된 <블로그 글쓰기>의 개정판이라고 합니다. 이 책에는 저자가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깨닫고 노력했던 과정들을 8장에 걸쳐서 담았습니다. 각 장의 끝마다 작가들의 글쓰기 명언을 수록해 놓았는데요. 이는 저자의 왕성한 독서력의 성과로 보입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글쓰기 책들은 대개 비슷한 구성을 따르고 있습니다. 이 책도 그러한 구성을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만, 책 제목처럼 블로그 글쓰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다르다면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글쓰기 책은 어떤 책을 읽더라도 저자의 포인트만 다를 뿐, 내용은 대동소이 하기 때문입니다.
첫 페이지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무 부담 없이 글을 쓰자. 누군가 내 글을 볼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말고, 내 글이 좋은 글이 아닌지 고민하지도 말고 쓰면 된다. 모든 위대한 성공의 여정에는 시작이 있었다. 글쓰기의 두려움은 쓰면서 저절로 해결된다.
네, 맞습니다. 블로그를 개설하고 첫 글을 쓸 때가 아마 가장 어려운 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글쓰기에도 그대로 통하는 말인 것 같습니다. 시작이 어렵지, 한 번 시작하고 나면 끈기를 갖고 계속해나가는 것이 중요할 뿐이니까요.
저자는 누군가 내 글을 볼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말고 글을 쓰라고 하는데요. 이건 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누군가 내 글을 볼 수도 있다는 무의식으로 자기 검열을 하면서 글을 쓰고 있으니까요.
누구나 글을 쓸 땐 특정 독자를 정해 놓고 글을 쓰기 마련입니다. 대부분의 작가들도 글을 쓸 때 배우자나 친구 등 특정 독자를 상정하고 글을 쓴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글쓰기 행위의 본질이 소통이기 때문에 마음 속으로 상대방을 특정하지 않고 글을 쓰면 글쓰기가 상당히 어렵다는 걸 체감할 수 있습니다.
이어서 저자는 자신이 경험한 것 중에서 쓰고 싶은 것을 골라 친구와 대화하듯이 시간을 들여서 쓰라고 조언합니다. 여기선 또 친구를 특정하네요. 저자는 작가 김훈의 말을 인용하며 글쓰기는 재능이 아닌 노력이라고 강조합니다.
나 또한 스스로 규율을 정해 놓고 매일 열심히 지키려고 한다. 오늘은 책을 조금 읽자, 오늘은 글을 몇 자 쓰자는 식이다. 마감은 정해 놓지 않고 하루 다섯 장을 쓰려고 책상에다 ‘필일오(必日五)’라고 써 놓았다. 반드시 하루에 5매를 쓰자는 뜻이다. 그러니까 시간을 정해 놓은 것이 아니라, 양을 정해 놓고 살고 있다.(본문 112~113쪽)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작가로는 무라카미 하루키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도저히 쓸 말이 없더라도 하루에 원고지 20매를 쓴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작가 김훈에 대해서는 ‘김훈 역사 소설 <흑산> 독후감과 작가 프로필’ 을 참고해 보세요. 프로인 작가들도 시간을 투자해야 글이 써지는 데, 아마추어는 말할 것도 없겠지요. 그러니 블로그도 딴 생각하지 말고 그냥 엉덩이를 붙이고 글쓰기를 하면 됩니다.
글쓰기 소재에 대해서도 일상도 블로그 글쓰기에 좋은 글감이 되고, 일기 쓰기는 훌륭한 글쓰기 연습이 된다고 강조합니다.
저자는 포스팅 하나당 3~5만 원 정도의 금액을 받는다고 합니다. 일주일에 2~3개의 포스팅만 해도 한 달에 50~100만 원 정도를 벌 수 있다고 하는데요. 처음부터 수익형 블로그가 될 수는 없지만 블로그에 올린 글의 개수가 많아지고 인터넷에서 자신의 글이 검색되면 마케팅 업체에서 의뢰가 들어온다고 합니다.(24쪽)
이 책을 읽고 네이버 블로그는 협찬 글쓰기를 많이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런 세계가 있다는 건 또 몰랐네요. 그런데 정도가 지나치면 장기적으로는 블로그 생태계가 점점 신뢰를 잃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핑크팬더의 블로그 글쓰기 책 총평
무슨 일이든 지속적으로 꾸준히 집중해서 하면 성과는 나오기 마련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블로그 글쓰기에 동기 부여를 하는 책이 아닌가 합니다.
8천개가 넘는 포스팅을 올리고 2천 권의 독서 리뷰를 올리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까요. 무엇보다 10년 넘게 꾸준하게 해 왔다는 것이 특히 그렇습니다.
다만, 이 책에는 저자의 편견이 드러나 있어 읽으면서 좀 웃었습니다. 저자는 “유재석과 김연아를 비난하는 것은 전 국민을 상대로 맞짱을 뜨는 일일지도 모른다.”(171쪽)고 했는데요. 예능 스타와 스포츠 스타를 얼마나 좋아했으면 이런 말을 할까 생각되었으니까요.
또 이런 말도 합니다. “한국어만큼 욕이 다양한 언어도 드물다고 한다. 일본어의 경우에는 욕이 ‘바보’ 정도인데, 한국어에는 상당히 다양한 표현의 욕이 있다.”(218쪽) 일본어에는 욕이 ‘바보’ 정도라는 말에 빵 터졌습니다.
아니 일본어를 너무 무시하는 발언이 아니냐고요. 우리나라 방송은 욕설을 삐처리 하고 내보내지만 일본 방송은 아예 싹둑 잘라서 내보내니까요. 블로그 글이라도 사실을 주장할 땐 팩트체크를 하고 글 쓰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나를 포함한 저자들은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독자의 반응이 궁금하다. 자신의 책을 검색하거나 인터넷 서점에 올라온 서평을 학인한다.”(158~159쪽) 라고도 했는데, 작가들 중에는 스마트폰이 아예 없는 경우도 있고, 인터넷을 아예 하지 않는 작가들도 있습니다. 오랫동안 블로그 활동을 하다보니 이러한 편견이 생겨났을까요.
아무튼, 워드프레스와 생태계는 다르지만 블로그 글쓰기에 대한 동기 부여가 필요할 때 가볍게 한 번 읽어보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책을 도서관에서 발견하여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의외의 동기 부여가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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