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리킨스의 파이어족이 온다, 뜻과 현실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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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리킨스의 <파이어족이 온다, Playing with Fire>(박은지 옮김, 지식노마드, 2019)는 한때 잘 나가던 영상제작 사업자였던 저자가 사업을 그만두고 파이어족으로 입문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책이다.

이 글에서는 이 책을 읽고 파이어족의 뜻과 현실, 그리고 문제점을 정리한다.

파이어 운동과 파이어족 뜻

파이어 운동이란 ‘경제적 독립 Finnancial Independence’과 ‘조기 은퇴 Retire Early’의 첫 글자를 합성하여 만든 신조어로 1990년대 미국에서 시작되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퍼져 나간 운동을 말한다.

파이어 운동은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여 저축을 하여 인생에서 가능한 이른 시기(40대)에 조기 은퇴를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파이어족은 파이어 운동을 인생의 가치관으로 삼은 사람들을 지칭한다.

저자 스콧 리킨스 프로필

에미상 후보로 올랐던 영상 제작자이자 사업가이며 작가다. 장편 영화, 다수의 텔레비전 방영 시리즈, 단편 영화와 상업적인 영상을 제작해 명성을 쌓았다.
경제적 독립과 자발적 조기 은퇴를 선택한 파이어 운동 공동체를 다룬 다큐멘터리, 『Playing with FIRE』제작하고 가족과 함께 오리건 주 벤드에 살고 있다.

이 책의 주요 내용

캘리포니아 코로나도에서 영상 제작자로 살던 저자 스콧 리킨스에게 예기치 않게 운명의 순간이 찾아온다.

2017년 2월 13일 월요일 아침, 출근길 정체로 차량이 길게 늘어선 샌디에이고 고속도로였다. 그때 팟캐스트 <팀 페리스 쇼>를 듣고 있었는데, 파이어족 ‘미스터 머니 머스태시’의 이야기를 듣고 그는 순간적으로 영감을 받게 된다.

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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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 족의 최종 목표

파이족이 추구하는 목표는 이렇다. 1. 향후 10년 동안 생활비 때문에 일을 하지 않아도 될 만한 충분한 돈을 모으기 위해 수입의 50~70%를 저축한다. 2. 주식이나 수수료가 적게 드는 인덱스 펀드 등으로 수동적 소득(passive income)이 발생하는 시스템을 만든다.

스콧 리킨스가 그날 아침 들었던 ‘미스터 머니 머스태시’는 파이어족 세계의 유명 블로거였다. 본명은 ‘피트 아데니’이다. 그는 검소한 생활(연간 2만 5천~ 2만 7천 달러)를 실천하여 종자돈을 모아 인덱스 펀드와 부동산 투자 등을 통해 성공적으로 서른 살에 조기 은퇴를 하고 파이어족이 되었다.

파이어 운동과 파이어족의 최종 목표를 구체적으로 요약하자면, 25년 치의 생활비를 최단기간에 모으고, 투자 수익률 5퍼센트로 65세까지 일하지 않고 조기 은퇴하여 자신의 소중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스콧 리킨스는 65세까지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영감을 받았다. 자신도 파이어족이 될 수 있을지 아내와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파이어가 되기로 결심하고 1년 동안 실천한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스콧 부부는 여정의 첫머리에서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10가지’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10가지 질문에 대해 스콧 아내가 답한 것을 보면, 우리 인생에서 정말로 소중한 것은 단순하고 소박한 것들이란 것을 알 수 있다.

1. 내 아이가 웃는 소리 듣기, 2. 남편과 커피 마시기, 3. 아이를 꼭 안아주기, 4. 산책하기, 5. 자전거 타기, 6. 와인 한 잔 즐기기, 7. 질 좋은 초콜릿, 8. 가족과 대화하기, 9. 가족끼리 저녁 식사하기, 10. 아이에게 책 읽어 주기.

목록을 작성한 스콧의 아내는 바닷가 근처 집에서 사는 건 목록에 없었다고 남편에게 말한다. 대부분 인생은 행복과는 무관하게 좋은 집, 멋진 차, 명품 등을 끊임없이 소비하기 위해 65세까지 노예처럼 직장에서 일하며 살아가게 된다.

파이어 공식

스콧 리킨스는 연 생활비 지출의 25배를 저축하면 은퇴 준비가 가능하다는 파이어 공식에 따라 BMW 자동차와 보트클럽 회원권, 코로나도의 화려한 집을 과감하게 처분한다. 그들 부부가 검토한 결과, 10년 안에 은퇴를 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파이어 공식은 예를 들어 당신이 생활비로 연간 5만 달러(2023. 8. 23. 기준 환율(1,338원)로 66백만원)를 쓴다고 가정하면 25배인 125만 달러를 저축하면 된다는 것이다. 우리 돈으로 16억 7250만원이다.

125만 달러에서 연 5퍼센트의 수익을 낸다고 하면 6만 2,500달러이고, 여기서 매년 투자 수익의 4퍼센트만 인출하면 인플레이션과 시장 하락에 항상 대비할 수 있을 것이므로 평생 투자 수익 만으로도 살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트리니티 대학의 4퍼센트 법칙

트리니티 대학의 연구(30년 추정치의 연구, 98퍼센트에서 효과)를 기초로 한 ‘안전한 인출률’이라고도 부르는 4퍼센트 법칙은 은퇴자가 원금을 축내거나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매년 인출할 수 있는 달러 금액을 결정할 때 사용한다고 한다(39쪽 참고).

만약 주식 시장 붕괴 등 경기 침체가 걱정이라면 연간 지출 비용의 35배를 저축해서 3.25퍼세트만 사용하라고 하는 것이 파이어족의 일반적인 솔루션이라고 한다.

스콧 부부는 이 책을 집필할 당시, 세후 소득이 14만 달러(1억 66백만 원)였다. 연간 평균 생활비가 12만 달러(1억 42백만 원)였으므로 소비를 절반으로 줄이면 저축률이 16퍼센트에서 58퍼센트로 높아져 10년 안에 은퇴할 수 있다고 계산한 것이다.

소득의 크기와 파이어족의 문제점

여기서 주목해서 볼 부분은 소득의 크기이다. 소득의 크기 자체가 작다면 (소득계층이 높을수록 저축률이 높고 소득계층이 낮을수록 저축 여력도 떨어진다) 아무리 저축해도 목표한 금액을 모으기는 어렵다. 가령 소득이 만약 연간 3천만 원이라면 소득의 60퍼센트를 저축한다 해도 거의 6년을 모아야 1억 원을 모을 수 있다.

파이어 운동이 미국에서 고학력, 고소득 계층을 중심으로 해서 확산했던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조기 은퇴를 위해 극단적으로 소비를 줄이는 운동으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들의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이와는 많이 다름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젊었을 때는 저축보다도 소득의 크기를 늘리는데 오롯이 집중해야 한다. 이러한 면에서는 한때 유행했던 짠테크는 청춘들이 할 만한 일이 결코 아니다.

파이어공식이 한국에서도 통할까?

투자로 매년 5퍼센트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파이어 공식도 한국에서는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다.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미증시와는 다르게 코스피는 장기적으로 박스권을 횡보하기 때문이다.

2018년 1월 코스피는 2566포인트였고, 오늘 종가는 2505포인트이다. 파이어 공식으로 누적 수익률이 30%는 되어야 하는데, 만약 당신이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였다면 지난 5년 7개월 동안 누적 수익률이 마이너스 2.3%라는 얘기이다.

장기적으로는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파이어족의 계산법이 다 들어맞다고 하더라도 하나의 난관이 더 남는다. 대개 직장인들은 경력이 쌓일수록 연봉이 올라간다.

파이어족은 경력상 가장 소득이 높은 시기인 향후 20~30년 동안 잠재적인 소득을 기꺼이 포기해야 한다. 스콧 리킨스도 조기 은퇴로 인한 자신의 20년 동안의 잠재 소득으로 계산한 700만 달러(83억 원)를 깨끗이 포기했다.

파이어족의 현실

결국 파이어족에 대한 질문은 원점으로 돌아왔다. 파이어 운동은 철학적인 운동이다.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며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스스로 답할 수 있어야 한다.

파이어는 불필요한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고 자기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에만 집중하자는 운동이다. 이런 점에서 파이어는 미니멀라이프와 맥이 닿는 운동이기도 하다.

그런데 파이어족 하면 대개 그저 일하지 않고 먹고 살 수 있는 충분한 돈을 모으는 것이라고 오해하곤 한다. 소중한 인생에 집중하면서 검소하게 살 자신이 없다면 아무리 큰 돈을 모아도 일하지 않으면 금세 바닥나고 말 것인데도 말이다.

이 책은 파이어족을 지향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읽어볼 만하다. 소중한 인생에 집중하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기 위해 스콧 부부가 행한 노력들은 소비의 함정에 빠져 사는 우리들에게 많은 성찰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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