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픽으로 배우는 웹소설 쓰는 법, 청소년을 위한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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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윤미의 <팬픽으로 배우는 웹소설 쓰는 법>(단비, 2019)은 아이돌 팬픽을 소재로 웹소설을 쓰려는 사람들을 위한 가이드북이다.

팬픽이란?

팬 픽션(Fan fiction)의 준말로 만화나 소설, 영화, 드라마, 아이돌이나 운동 선수의 팬들이 작품의 캐릭터나 플롯, 클리셰 등을 가져와서 쓴 2차 창작물을 말한다. 웹소설이 대중화 되면서 팬픽을 쓰는 사람들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 책의 부제는 ‘청소년을 위한 소설 글쓰기의 기본’이다. 웹소설을 쓰고 있거나 웹소설의 세계에 입문하려는 초심자들을 위한 글쓰기 책인 셈이다.

작가 차윤미 소개

중앙대 문예창작학과에서 희곡을 전공한 차윤미는 13년째,  모 아이돌을 덕질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차윤미는 예쁜 그림체와 잘생긴 목소리, 로맨스 판타지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아이돌의 생김새도 손발이 오글거릴 정도로 예쁘다.

작품으로 덕질하는 고딩 빠순이들의 성장기를 담은 청소년 소설 <반짝반짝>(단비, 2018)이 있는데,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다.

팬픽으로 배우는 웹소설 쓰는 법 독후감

이 책은 처음 웹소설을 쓰려는 사람을 위한 글쓰기 안내 책이라 팬픽과 웹소설 개념부터 쉽게 설명하고, 소설 쓰기에서 필요한 기본적인 캐릭터 설정과 플롯, 그리고 스토리 짜는 법 등을 상세하게 담고 있다.

팬픽 책 표지
팬픽 책 표지

이 책의 목차

들어가는 글

1장. 이건 어떤 맛일까: 사랑
2장. 피그말리온의 사랑: 사랑을 달달하게 구워보자
3장. 우리에게는 디저트가 필요해: ‘쉼,’
4장. 팬픽을 버터처럼 향기롭게: 캐릭터
5장. 팬픽을 달걀처럼 부드럽게: 플롯
6장. 유명하고, 맛있고, 예쁜 디저트를 찾아서: 고전
7장. 오늘의 케이크: 커피와 홍차 그리고 우유
8장. 너의 케이크도 충분히 아름다워

나가는 글, 참고 문헌

웹소설 쓰는 법을 재미있게 설명하는 책

목차를 보면 오글거리고 달달한 컨텐츠에 기본을 다지는 개념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가령 이런 것, 줄거리와 플롯은 어떻게 다를까? 줄거리는 시간 순서대로 나열한 것이고 플롯은 사건 순서대로 요약한 것을 말한다.

플롯을 잘 짜면 이야기가 재미있어지면서 흡인력이 생기기 마련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플롯은 비극의 영혼”이라고까지 추켜세울 정도였으니 플롯 짜기는 꼭 다져두어야 할 창작의 기본 중에 기본이다. 사실, 플롯을 잘 짜면 소설은 거의 다 쓴 셈이나 마찬가지다.

책의 2부에 해당하는 절반은 차윤미의 팬픽 샘플, <커피와 홍차 그리고 우유>를 실어 놓고 작가가 어떻게 창작했는지 설명한다.

캐릭터 설정은 어떻게 하고 플롯은 어떻게 전개시켜 나가고 클리세는 어떻게 배치하는지 등등 웹소설을 쓰는 데 꼭 필요한 실용적인 지침들을 많이 제시한다.

작가 차윤미의 <커피와 홍차 그리고 우유>을 읽어보니 요즘 유행하는 문체가 실감나고 재미있게 읽힌다. 뻔한 내용인데도 워낙 문체가 톡톡 튀어 이야기에 재미를 더한다.

문체도 오글거리고 젊은 감각에 어울리는 신선한 어휘도 꽤 나온다. ‘찌밤’이라는 어휘도 그렇다. 찾아보니 ‘X발’의 귀여운 어투라고 한다. ㅋ 

팬픽을 쓰는 이유

작가 차윤미는 팬픽을 쓰는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2010년 많이 아팠다. 그 시절 팬픽이 자신을 위로해 주었고, 스스로 팬픽을 쓰면서 에너지를 얻었다. 팬픽이 자신을 구원해주었다는 이야기다. 그럼 팬픽을 쓰면 된다.

“팬픽은 유치하고, 저급하고, 진정한 소설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제 편견을 스스로 깨트렸어요. 좋아하던 아이돌을 주인공으로 팬픽을 썼어요… 아팠던 시간을 팬픽을 통해 이겨냈던 것이죠.”

작가의 팬팩이 많은 친구들에게 위로를 주는 걸 보고 작가는 깨달았다고 한다. ‘세상에 가장 재미있는 글은, 내가 재미있게 쓴 글이라는 걸. 아무리 위대한 고전이라도 감동을 주지 못하면 그 사람에게는 그냥 종이에 불과하지 않겠는가?

만약 누군가 팬픽을 읽고 상처를 치유 받을 수 있고 아픔을 위로 받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팬픽을 읽으면 왠지 오글거린다. 재미있긴 한데 다 읽고 나면 어째 허무감도 밀려온다. 이것이 다 나이 탓인가 보다.

경어체로 쓰인 이 책은 쉽고 경쾌한 문체로 설명하고 있어 빠르게 읽을 수 있다. 취미로든 또는 진심으로든 웹소설을 쓰려는 마음이 있으신 분들은 이 책을 가볍게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리고 작가는 “고전을 많이 읽으세요” 당부한다. 유명하고 맛있는 고전에는 예쁜 클리세와 다채로운 플롯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자신의 플롯에다가 응용할 수 있으면 된다는 게 작가의 지론이다.

차윤미는 글을 쓰는 대부분의 친구들이 ‘제 말을 들어주세요’라는 간절함으로 쓴다고 말한다. 소통하고 싶어서, 공감하고 싶어서, 위로받고 싶어서, 사랑받고 싶어서 글을 쓴다는 것. 이 말을 듣고 보니 블로거도 그런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에는 여러 갈래 길이 있다. 무엇이든 어떤 일이든 자신이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 속에서 길을 찾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팬픽도 자신에게만 맞으면 어엿한 길이 될 수 있다. 꼭 소설만 쓰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고, 소설에서만 감동을 받으라는 법은 더더욱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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