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돌로지: 아이돌+팬덤+산업의 변신, 아미와 B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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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2일, BTS 멤버 7명이 모두 군 입대를 하게 되면서 많은 아미들의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는데요. 이 글에서는 출판사 빨간소금이 페미니스트의 시각에서 아이돌로지(Idology)를 분석한 <페미돌로지: 아이돌+팬덤+산업의 변신>(2022)을 소개합니다.

페미돌로지라는 용어도 생소한데, 아이돌로지라는 생소한 개념으로 뜻풀이를 했습니다. 먼저 ‘아이돌로지’는 2016년 아이돌 연감을 기획, 출간한 아이돌 음악 전문 웹진 『아이돌로지』에서 따온 것으로, ‘아이돌학(學)’ 혹은 ‘아이돌 연구’를 말한다고 합니다.

페미돌로지: 아이돌+팬덤+산업의 변신은 저자들인 류진희, 백문임, 허윤이 2019년 11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진행한 콜로퀴엄 ‘페미돌로지: 아이돌 문화의 젠더를 말하다’의 결과물이라고 하는데요. 콜로퀴엄 colloquium은 학회나 세미나 혹은 토론회를 뜻하는 말입니다.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도 전에 영어 공부를 좀 했습니다. 그렇지만 읽은 보람이 큰 책입니다. 아이들과 팬덤, 그리고 엔터 산업에 대한 신선한 시각과 관점을 새로이 알게 되었으니까요. 

페미돌로지 필진과 목차

이 책의 저자들, 그러니까 토론회에 참석한 멤버는 류진희, 백문임, 허윤 이지행, 김주희, 미쉘 조, 김경태, 정지현, 김수아, 강은교, 고윤경, 정인지, 신윤희 등 13명입니다. 대부분 대학에서 페미니즘을 연구하시는 분들인 것 같습니다. 

1부 불타 오르는 한류는 미디어와 팬덤의 담론 전쟁 / 이지행, 초국적 한류와 걸그룹 노동 / 류진희, 탄광과 클럽 / 김주희가 참여했습니다.

2부 트랜스하는 케이팝, 퀴어링하는 젠더는 무해한 오빠에서 의리 있는 남자로 / 허윤, 청춘의 퀴어링, 글로벌 대중문화의 꿈 / 미쉘 조, 동아시아 베어 남성 댄스 팀의 걸그룹 커버댄스 / 김경태가 각각 집필했습니다.

페미돌로지 책표지
페미돌로지 책표지

3부 친밀성을 살게요는 “항상 함께할 거예요”의 이면 / 장지현, 저항하는 팬덤과 소비자-팬덤의 모순적 공존 / 김수아, 아이돌의 자필 사과문: 소비하는 팬덤, 소진되는 팬심 / 강은교가 집필했습니다.

4부 여덕, 팬덤 그리고 코로나19는 다시 만나는 여덕, 소녀시대 GL 팬픽 / 고윤경, 미스/터트롯과 여성/중년 팬덤의 탄생 / 장민지, 코로나19 이후의 팬덤 / 신윤희가 필진으로 참여했습니다.

페미돌로지 주요 내용

서구 미디어 VS 아미와 BTS

목차를 보시면 대충 짐작하시겠지만, 페미돌로지는 아이돌과 팬덤, 엔터산업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왜 이제야 이 책을 읽게 되었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이돌과 걸그룹에 대한 관점의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미디어 문화 연구자인 이지행은  ‘미디어와 팬덤의 담론 전쟁’에서 BTS에 대한 서구 미디어의 비하적이기 이를 데 없는 왜곡 담론 사례들을 아래와 같이 요약합니다. 

“BTS의 성공은 음악이 아닌 상업적 마케팅 덕분이며, 그들의 팬은 어린 여자애들뿐이고, 영어도 못하고 남자답지도 않은 아시아인이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을 텐데요. 왜 우리나라 보이그룹은 하나같이 마치 여자처럼 화장을 하고, 섹스 어필에만 집중하는 것일까 의구심이 드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이 책의 거의 모든 글에 BTS와 아미가 언급됩니다. 저자들의 분석글을 읽어보니 미소지니와 인종주의적 시각에 기반한 서구 중심 이데올로기에 무의식적으로 알게 모르게 영향을 많이 받고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언론들은 받아쓰기가 워낙 체질화되어 있어서 왜곡된 서구 미디어의 관점을 아무런 비판 없이 국내로 확대 재생산하는데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서구 중심적인 왜곡된 담론에 대하여 BTS 팬덤, 아미들이 펼친 대항담론적 실천들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아미들은 조직적으로 트위트의 타래 홍보를 치밀하게 전개하는 한편, 아미 셀카데이 등을 실천하고, 아카-팬들은 대규모 아미 인구조사와 학술적 접근을 다양하게 시도하여 레거시 미디어의 편향되고 왜곡된 담론을 실천적으로 바로잡아왔다는 것입니다.

초국적 걸그룹의 기원과 노동

건국대학교 교수 류진희는 ‘초국적 한류와 노동’이라는 글에서 초국적 서비스로서 한류 걸그룹 노동과 동아시아적 사건으로서의 걸그룹 이슈를 다루고 경계를 넘는, 일하는 여성들의 서사를 이야기합니다.

걸그룹이라는 조어는 1990년대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는데요. 걸그룹의 역사적 기원을 보면, 월드 스타로서의 걸그룹은 이미 1950년대 김시스터즈에서 실현되었다고 합니다.

원조 걸그룹의 기원
원조 걸그룹의 기원

김시스터즈는 원더걸스가 미국에 진출한 2009년보다 무려 50여 년을 앞서 미국에 진출한 한국 최초의 공식 걸그룹이었습니다. 김시스터즈는 일제 강점기 ‘목포의 눈물’로 스타덤에 오른 ‘원조 걸그룹’ 저고리 시스터즈의 핵심 멤버 이난영의 딸과 조카들이었다고 합니다.

김시스터즈는 이국적인 섹슈얼리티를 무기로 ‘동양에서 온 마녀’로 불리며 태평양 너머 꿈의 무대에서 우뚝 섰던 것이지요. 비록 미군기지를 매개로 진출했고, ‘냉전의 딸’이자 ‘대한의 딸’이라는 관습적인 구속이 있었지만 초국적인 월드 스타의 탄생은 이미 오래전에 발현되어 있었던 셈입니다.

탄광에서 버닝썬까지

덕성여자대학교 교수 김주희의 ‘탄광과 클럽’을 읽고 ‘버닝썬 게이트’의 이면을 비로소 연원적으로 상세하게 들여다본 느낌입니다.

탄광 산업이 성폭력과 어떻게 연결되고, 그 탄광 산업을 영위하던 전원 산업이 호텔 산업으로 변신하여 호텔을 매개로 역시 성매매를 일삼으며 급속도로 성장하였고, 마침내 클럽 버닝썬을 운영하다 사건이 터진 것입니다.

위에서 소략하게나마 소개한 글 들 외에 <페미돌로지: 아이돌+팬덤+산업의 변신>에 실린 10편의 글들도 모두 읽어볼 가치가 충분한 신선한 글들이었습니다.

일반인들에게 아이돌과 팬덤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케이팝이 초국적인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한번쯤 이에 관한 깊이 있는 시선을 접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입니다.

이런 분들에게 <페미돌로지>를 추천합니다

페미니즘이나 아이돌에게 관심 있으신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여덕이신 분들에게도 많은 참고자료가 될 것 같네요. 특히, 이 시대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이대남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해봅니다.

무거운 주제이지만 가볍게 읽어볼 수 있는 책입니다. 인식의 지평을 확장하여 편향을 조금이나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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