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균 교수의 가끔은 제정신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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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허태균 교수가 쓴 <가끔은 제정신>(2012)은 한 때 잘 팔렸던 베스트셀러 심리학 책이다. 이 책에서 그는 늘 착각과 오류 속에 사는 것이 인간이라고 말하며 그간 번역 출간되었던 심리학자들의 이론들을 소개했다.

인간은 착각 속에 사는 존재

저자는 1장 ‘착각의 진실, 내게만 그럴듯하다’에서 5장 ‘착각의 예방, 방법은 하나뿐이다’까지, 인간은 원래 착각 속에서 사는 존재니까 너무 실망하지 말고 착각을 받아들이면서 착각을 즐겨라고 강조한다. 그래야 더 행복하다고 말이다.

심리학계는 인간의 착각에 대해 재미있는 실험을 많이 해왔다. 아래 글에서 소개하는 <보이지 않는 고릴라>에서는 인간의 착각을 6가지로 소개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고릴라 실험 동영상에 참가해 볼 수 있다.

고릴라 실험, 6가지 착각이 불러일으키는 근자감 ↗

그런데 각 장을 읽고 나면 저자의 주장대로 착각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왠지 불쾌한 마음이 들었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제목이 팔 할이다.

우리 출판계는 비교적 아카데믹한 번역 서적들은 잘 팔리지 않는다. 대신 낚시성 제목으로 어그로를 끌면 그나마 좀 팔린다. 출판계에서는 제목이 팔 할이라는 말도 공공연히 나돈다. <가끔은 제정신>도 그런 책이 아닐까 한다.

가끔은 제정신 책표지
가끔은 제정신 책표지

이러한 책들이 잘 팔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책 디표지에는 <노는 만큼 성공한다>의 저자 김정운,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 등의 찬사가 장식되어 있었다.

이들은 모두 교수이자 한때 베스트셀러 작가였고 나이브한 현실 인식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이런 걸 보면 추천사를 쓰는데도 어떤 카르텔이 있나 싶었다.

네가 잘못해서 그래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결론을 요약하면 이렇다. 청춘은 아픈 것이 당연하니까 젊은이들은 그 아픔에 분노하기보다 참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었다.

허태균의 <가끔은 제정신>도 읽어보니 마찬가지였다. 우리 사회의 지식인들은 인간의 행복과 불행, 성공과 실패를 개인의 책임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김정운 교수는 심지어 잘 놀지 못하는 것 까지도 개인에게 책임을 돌렸다.

그들은 성공과 실패가 개인적인 문제보다 사회 구조적인 것에서 비롯되는 문제라는 것을 직시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들은 교수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그들의 능력으로 교수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들은 누구든지 열심히 노력만 하면 자기들처럼 성공할 수 있는 사회로 대한민국을 인식한다. <가끔은 제정신>의 저자 허태균은 이렇게도 말했다.

“일본이 독도에 어떤 만행을 저질러도 독도는 절대 빼앗기지 않는다.” 도대체 이러한 근자감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근거 없는 저자의 이러한 믿음이 우리 사회를 전연병처럼 지배하게 된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 지 한 번이라도 숙고해봤는지 궁금하다.

대한제국 말기, 이른바 식자층도 그러한 안이한 생각을 하다가 망국을 당했을 것이다. 그들도 혹시 허태균 교수처럼 일본이 우리나라에 어떤 만행을 저질러도 우리나라는 절대 빼앗기지 않는다는 근자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현재까지도 일제 강점기를 예찬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서열은 바뀌면 안 돼

저자 허태균은 나아가 말한다. “우리 사회에 스티브 잡스가 나오는 것보다 해가 서쪽에서 뜨길 기대하는 게 더 빠르다.” 저자 허태균의 이러한 믿음은 패배주의나 사대주의와 하나도 다를 바 없지 않은가.

세계 랭킹 29위였던 대한민국이 월드컵에서 4강에 올랐던 것을 그는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다. 왜? 그에게 있어 순위는 영원히 바뀌어서는 안 될 성배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스티브 잡스가 나오는 것보다 해가 서쪽에서 뜨길 기대하는 게 정말 더 빠를까? 해가 서쪽에서 뜨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지만 스티브 잡스보다 더 유능한 사람이 이미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을 가능성은 정말 제로일까?

교수 허태균에게는 대한민국은 영원히 세계의 변방이고 후진국이어야 한다는 어떤 서열 의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한때 전 세계에서 최고의 강대국은 미국과 일본이었다. 그런데 전 세계에서 미국을 제일 우습게 보는 나라가 북한이고, 일본을 제일 우습게 보는 나라가 한국이라고 말한다. 한민족, 파이팅!”

나는 그가 왜 자신의 민족을 이토록 비아냥거리는지 알 수 없다. 그것도 민족 고대 교수라는 분이 말이다.

저자는 은근슬쩍 북한과 남한을 그 놈이 그놈이라고 말하며 비아냥거렸다. 북한이 미국을 우습게 보면 안되는 이유가 있기라도 한 것일까? 한국이 일본을 우습게 보면 안 되는 그만이 아는 숨겨 놓은 진리가 있는지 궁금하다.

나이브한 교수들은 이런 식으로 말하길 좋아하는 것 같다. 아무리 아파도 그것은 너희들에게 당연한 것이니까 지금 상황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며 살아라. 서열도 절대 바뀌는 것이 아니니까 괜히 나대지 말고 조용히 살아라.

하지만 지구상의 모든 종은 변한다. 그것이 진화니까. 모름지기 학자라면 그 변화를 탐구하고 연구하여 자신의 이론을 담은 책을 내야 마땅하지 않을까. 그들은 남이 연구해 놓은 걸 인용하다 날을 새는 것 같다. 그것도 귀찮으면 표절을 일삼기도 한다.

저자는 “한국 사회에서 신뢰를 얻지 못하는 집단으로 항상 수위를 다투는 것이 사법부와 검찰”이라고 말했다. 한데, 나는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왜 교수 집단을 빼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갔다. 고명하다는 교수들이 논문 표절을 얼마나 일삼아왔는지 뻔히 보고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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