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브레인, 무의식적 편향을 극복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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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침에 일어나 그날 입을 의상을 어떻게 선택하게 되는 것일까? 일상에서 우리가 행하는 무수한 선택은 정교하게 의도한 결과일까? 샹커 베단텀이 쓴 <히든 브레인>을 읽어보면 그 대답이 조금 달라질 수 있다.

히든 브레인 주요 내용

<히든 브레인>(임종기 역, 초록물고기, 2010)은 무의식의 세계를 다룬 심리학 서적이면서도 소설처럼 재미있게 읽힌다. 저자 샹커 베단텀은 스탠퍼드대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하고 <워싱턴 포스트> 과학 담당 기자로 일했다.

<히든 브레인>은 무의식이 인간의 행동을 점령한 사례들을 마치 소설 속의 사건들처럼 재구성했다. ‘천부적인 이야기꾼’이라는 찬사를 받은 저자의 글 솜씨도 탄탄하다. 베스트셀러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잘 읽히는 공통점이 있다.

무의식의 실체를 이해하는 데는 어려운 정신분석학 서적들을 몇 권 읽는 것 보다 <히든 브레인>과 같은 책 한 권을 읽어 보는 것이 어쩌면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히든 브레인 책표지
히든 브레인 책표지

이 책에서 제시하는 사례들을 보면 우리가 무의식적으로는 내리는 잘못된 선택이 얼마나 끔찍한 가를 잘 알 수 있다. 심한 경우 한 사람의 인생을 망쳐 버리거나 생과 사를 가르기도 한다.

대낮에 성폭행을 당한 여자가 범인의 얼굴을 각인하고서도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하여 한 남자의 인생을 망쳐 버리게 만들었던 착각, 9.11 테러 당시 89층에 있던 거의 모든 사람들은 죽었으나 88층에 있던 사람들은 살아남았던 이유도 무의식적 편향의 작용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사람들을 이렇게 잘못된 결정으로 이끄는 이유가 무엇일까. 저자는 인간의 무의식, 즉 숨겨진 뇌는 어떤 케이블 같은 것으로 서로 끈끈하게 묶여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는 인간의 뇌는 본능적으로 원시 시대의 파충류의 뇌로 퇴화하여 무리 짓게 만든다고 한다. 진화의 역사에서 무리를 짓는 것이 혼자 있는 것보다 생존에 더 유리했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9. 11 테러 당시 월드트레이드센터 남측 타워 89층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남아 있는 쪽으로 야성의 뇌가 서로 묶였고, 88층에는 단 한 사람이 밖으로 빠져 나갈 것을 외치자 원시의 뇌가 모두 탈출하는 쪽으로 인간을 서로 묶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최초 이견 제시자의 중요성

저자의 이 설명을 들으면 다수에 동조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알 수 있다.

카스 R. 선스타인의 <왜 사회에는 이견이 필요한가>도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는 책이다. 모두가 동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최초의 이견 제시자가 우리들을 옳은 길로 안내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의 숨겨진 뇌는 일상 생활에서부터 연애, 주식투자, 그리고 대통령선거까지 모든 인간의 행동 영역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 진화 심리학자들의 분석이다.

우리가 매일 의식적으로 생각을 하지 않고도 호흡을 하며 균형을 유지하며 걸어 다닐 수 있는 것은 숨겨진 뇌 덕분이다.

일상에서 숨겨진 뇌가 작동시키는 휴리스틱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면 인간은 너무 많은 자질구레한 선택지 앞에서 에너지를 고갈하여 생활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인간의 뇌는 눌랍게도 이러한 수많은 반복적인 행동들은 숨겨진 뇌가 처리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숨겨진 뇌는 인간이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해야 할 중요한 순간에도 늘 하던 대로 작동하려는 본능이 있다. 88층에서 뛰어내려야 할 순간에도 뛰어내려 가지 못하게 묶어 버리는 것이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러한 무의식적인 편향은 오류는 셔츠와 넥타이를 고르는 사소한 일에서부터 연애와 주식투자, 재난 상황에서의 행동 등 인간의 모든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무의식적 편향을 극복하는 방법

그럼 인간은 이러한 무의식의 편향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명확한 솔루션은 없다. 다만 중요한 순간에 본능을 거스러고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습관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성적 사고 훈련에 <히든 브레인>을 읽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저자 샹커 베단텀의 <착각의 쓸모>(빌 메슬러 공저, 이한이 옮김, 반니, 2021)도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심리학과 신경과학의 융합을 다룬 저작들은 무의식적 오류를 극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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