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이 뒤바뀐 수면 습관을 바꾸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고 있다. 수면 의학에서는 이를 지연성 수면위상 증후군(delayed sleep phase syndrome, DSPS)이라고 부른다.
지연성 수면위상 증후군은 내부의 생체 시계가 지구의 자전 주기인 24시간보다 긴 것에서 비롯된다. 이는 저녁형 인간이 아침형 인간보다 평균적으로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인간의 생체 시계는 평균 24시간 11분이라고 한다. 23.5시간으로 짧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야행성 성향이 강할수록 25시간에 가까워진다. 이 글에서는 생체 시계의 원리를 이용하여 30분 안에 잠드는 5단계 수면 방법을 정리했다.
1. 기상 시간 매일 지키기
수면 습관을 바꾸는 데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은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다. 힘들더라도 매일 같은 시간에 2주 동안 일어나기를 계속하라. 습관을 바꾸는 데는 최소 2주간은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이때 중요한 것은 주말에도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다. 평일에 기상 시간을 아무리 잘 지켰더라도 주말에 한 번 늦게 일어나는 것 만으로도 우리 몸은 순식간에 예전으로 돌아가 악순환에 빠지고 만다. 습관을 바꾸는 것은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것을 허무는 것은 단 한 순간이다.
2. 일어나자마자 햇빛 30분 이상 쬐기
일어나자마자 15이내로 햇빛을 30분 이상 쬐면 하루의 생체 시계가 초기화가 되어 생체 리듬이 다시 24시간으로 리셋이 된다. 형광등과 같은 조명은 충분히 밝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면 햇빛을 바로 쬐는 것이 효과를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생체 시계가 리셋이 된 후, 15시간 정도 지나면 잠이 쏟아진다고 한다. 아침 7시에 일어났다면 밤 10시부터 잠이 쏟아진다는 이야기이다.
아울러, 눈을 뜨자마자 물을 한 잔 먹고 아침을 먹어주는 것이 우리 몸 전체를 리셋하는 데 도움을 준다. 아침을 먹을 수 없으면 간단하게 과일이라도 한 조각 먹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몸의 내장도 하루가 시작되었음을 인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침을 먹고 나서 30분 정도 지나면 대장에서도 배출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다. 물이라도 한 잔 마셔야 하는 이유다.
3. 낮잠 자지 않기
잠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는 깨어 있는 시간이 충분히 길어야 한다는 점이다. 수면 의학에서는 말하는 수면 욕구가 높아지기 위해서는 낮잠을 자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깨어있는 시간이 길면 우리 몸에 아데노신1이라는 성분이 축적되어 잠을 자고 싶은 욕구가 서서히 높아진다. 반대로 낮에 꾸벅꾸벅 졸거나 초저녁에 선잠을 자버리면 수면 욕구가 사라져 잠 들 시간에 오히려 정신이 초롱초롱해지고 잠은 달아나게 한다.
낮잠을 꼭 자야 한다면 딱 30분 이내로만 자야 한다. 낮잠을 30분 이상 길게 자게 되면 깊은 수면 단계로 점점 빠져들어 수면 욕구가 사라지고 밤에는 잠이 안 오게 되기 때문이다.
4. 야외 활동 시간 늘리기
신체의 일주기 리듬을 관장하는 생체 시계는 빛과 어둠에 의해 조절된다. 낮 시간 동안 야외 활동 시간을 늘리면 잠들기가 수월해지고 숙면을 취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는 햇빛이 우리 뇌가 낮 시간임을 인지하게 함과 동시에 각성을 유도하는 멜라토닌2 생산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숙면을 취하기 위해서는 야외 활동을 늘리면 늘릴수록 좋다.
그럼 야외 활동을 얼마 동안 하면 좋을까? 일단, 두 시간 반 정도는 걷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연구 결과3가 있다.
이 연구에서는 보통 걷기 속도(시속4.8㎞)로 매일 160분 이상 걸으면 기대수명이 78.6세에서 84세로 5.4년 늘어난다고 했다. 신체 활동 수준이 높아지면 심장질환·뇌졸중 등 질병의 위험을 낮추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생활 걸음이 약 한 시간 정도 된다고 가정하면, 추가적으로 한 시간 반 정도 걸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이왕이면 헬스장 보다는 햇빛을 보고 걷는 것이 건강, 특히 수면 건강에 좋을 것이다.
하지만 햇빛을 보고 한 시간 반 정도 걷는 시간을 확보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밤 시간, 꿀잠을 위해서는 자신이 확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 만이라도 30분이면 30분, 한 시간이면 한 시간을 목표로 잡고 매일매일 실천하는 것이 수면 습관을 바로잡는데 아주 중요하다.
- 아데노신은 에너지 전달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조절물질(neuromodulator)로 수면을 촉진시키고 각성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
- 수면 호르몬으로 불리는 멜라토닌은 저녁 7~8시에 올라가기 시작해 새벽 2~4시경 가장 높은 농도를 유지하여 숙면을 유도하고 해가 뜰 때에는 분비량을 급격히 줄여 잠에서 깨어나게 하는 ‘서카디언 리듬(일주기 리듬 Circadian rhythms)’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 호주 그리피스대 레너트 비어만 교수팀이 국립보건통계센터의 사망자 데이터를 이용하여 미국 40세 이상 국민의 신체 활동을 추적하여 2024. 11. 15.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에 발표한 연구 결과이다. ↩︎
- 서수연의 <당신을 위한 수면 큐레이션>(김영사, 2024) 78쪽 ‘파블로프의 개와 불면증’ 항목 참고. 내가 읽은 수면 관련 책 중에서 가장 도움을 많이 받은 책이다. 수면 장애를 겪고 계신 분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실 것을 추천한다. ↩︎
5. 잠이 쏟아질 때에만 침대에 눕기
수면 습관을 바꾸는 첫걸음은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지만 잠을 자는 시간은 우리 의지대로만 결정할 수 없다는 것에 함정이 있다.
잠이 오지 않는 상태에서 침대에 눕게 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일어난다. 잠을 청하느라 침대에 누워있다 보면 걱정과 불안으로 뒤척이게 되거나 그것을 회피하게 위해 SNS 삼매경에 빠지기 일쑤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뇌는 침대를 잠자는 곳이라고 인식을 하지 못하고 걱정을 하거나 SNS를 하는 공간이라고 인식하게 되어 침대에 누우면 오히려 잠이 달아나는 역설적인 상황에 빠지게 된다. 바꿔 말하면, 침대를 멀리해야 잠이 잘 온다는 이야기이다.
수면 의학에서는 이를 파블로프의 개 실험에서 밝혀진 ‘고전적 조건화 classical conditioning’로 설명4하곤 한다. 파블로프의 개가 종소리에 침을 흘린 것처럼 우리 뇌는 침대에 눕는 것 만으로도 우리 몸을 긴장 상태에 빠뜨려 잠을 달아나게 만들어 버린다.
그러니 침대는 잠만 자는 곳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래도 나는 꼭 SNS를 해야 직성이 풀린다면 침대가 아닌 곳에서 해야 한다. 우리가 하는 걱정의 95%는 쓸데없는 짓이지만 그래도 걱정을 해야만겠다면 침대가 아닌 곳에서 장소를 정해 놓고 30분 걱정하기, 1시간 걱정하기 이런 식으로 하자.
침대에 들어갔다가 30분이 되어도 잠이 안 온다면 바로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 침대에 나와서 건조한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하다 잠이 쏟아지면 그때 다시 침대에 들어가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침대에 가자마자 30분 안에 잠이 드는 날이 찾아오게 된다.
마무리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일어나자마자 햇빛을 30분 이상 쬐고, 낮잠을 자는 대신에 야외 활동을 하고 잠이 쏟아질 때에만 침대에 들어가는 행동을 2주 동안 계속했다면 당신은 30분 안에 잠들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30분 안에 잠드는 5단계를 하루도 빠짐 없이 2주간 실천을 했음에도 여전히 잠이 들지 않는다면 수면 의학 전문의를 찾아봐야 한다. 수면은 질병이나 심리적인 요인 등 여러가지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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