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 단치의 <왜 책을 읽는가?>를 한 달 가까이 잠자기 전 서너 꼭지씩 읽고 자는 버릇이 생겼다. 책 사랑이 유별난 저자는 그만한 특이한 경력을 소유한 작가이다.
샤를 단치 프로필
틀루즈 법대생이었던 샤를 단치는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을 탐닉하다 결국 문학의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걸어 다니면서도 책을 읽었다는 그에게 책 읽기는 아마도 생활이자 운명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 샤를 단치(Charles Dantizg)는 1961년 프랑스 남서부의 타흐브의 의학 교수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는 부모의 권유로 툴루즈 법대에 들어갔으나 문학의 열정이 더 컸다. 이런 경우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닌가 보다.
그는 28세 때 파리에서 박사 논문을 마치고 첫 에세이집과 첫 시집을 출간하며 문인의 길로 들어섰다.
작품 목록은 다양하다. 소설 『성급한 우리네 삶』(2001), 『사랑의 영화』(2003) 『내 이름은 프랑수아』(2007), 『카라카스행 비행기 안에서』(2011) 등이 있고, 에세이 『프랑스 문학의 이기적인 사전』(2005), 『모두를 위한 기발한 백과사전』(2009) 등이 있으며, 시집 『항해자』(2009)가 있고 폴 베를렌(Paul Verlaine) 상 등 수많은 상을 수상했다.

2010년 『왜 책을 읽는가?』로 ‘장지오노 그랑프리’를 수상했으며 <르 푸엥>지 선정 2010년 최고의 책, 우리나라에서도 이 책을 이달의 책으로 선정(교보문고와 중앙일보)했다.
당신들은 왜 책을 읽는가?
나는 왜 책을 읽는가? 그간 내가 책에 빠져 있었던 경우를 생각해보면 크게 세 가지 정도를 들 수 있겠다.
- 첫째, 시간이 남아돌아 딱히 다른 할 일도 없을 때,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책을 읽었던 것 같다. 흔히 말하는 킬링 타임용 책 읽기이다.
- 둘째, 자존감이 바닥나거나 크게 위축돼 있을 때 책을 찾았다. 현실 도피나 위안을 얻기 위해서 종종 책에 파묻혔다.
- 셋째, 무엇인가 알 수 없는 허기를 채우기 위해 책을 읽었다. 때론 지식을 얻기 위해, 혹은 예술을 탐닉한다는 착각으로 책에 빠져 들기도 했었다.
책을 펼 땐 두 꼭지만 읽고 자야지 하면서도 어떨 땐 열 꼭지 넘게 읽는 날도 많았다. 그만큼 읽는 재미가 차곡차곡 쌓였다. 그러다 보니, 저자 샤를 단치와 친구가 된 기분이 들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고전은 물론이고 문학과 외설의 논란의 중심에 선 작품, 대가들의 대표작에 이르기까지 거침 없는 비판을 가한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원작 소설에 대한 혹평을 읽으며 웃음이 났다.
<트와일라잇>의 원고는 출판사 열네 곳에서 거절당했다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언제나 열다섯 번째 출판사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열다섯 번의 시도 끝에 이 책은 성공의 역사를 쓴 셈이다. 이로써 문학을 지켜내기 위한 편집자의 끈질긴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리하여 처음으로 피가 아닌 물로 쓰인 뱀파이어 소설 <트와일라잇>이 탄생했다.(154쪽)
트라일라잇 시리즈에 대해서는 아래 링크 참고.
영화 이클립스…전세계 10대 소녀들을 사로잡은 황홀한 키스신, 달빛 판타지 로맨스
샤를 단치의 문장은 가벼운 산문처럼 쭉쭉 읽어도 맛나고 천천히 되새김질하며 읽어도 새로운 맛이 났다. 처음으로 피가 아닌 물로 쓰인 뱀파이어 소설이라니, 얼마나 찰진 비유인가.
저자는 “독서란 우리가 흔히 이성이라고 부르는 약간은 이상한 비물질적인 영역에서 고독한 사람들이 동시에 느끼는 영원의 시간이다.”고 말했는데, 이 말은 되새김질하면 할수록 새로운 의미가 솟아난다.
저자가 말한 독서의 무수한 정의 중에서 나는 이 말이 제일 맘에 들었다. 어마 무시한 저자의 책 사랑은 <왜 책을 읽는가?>의 행간마다 이어진다.
샤를 단치는 책을 읽는다고 해서 교양인이 되는 것도 아니고 독자에게 위로도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지당한 말씀이다. 그럼에도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저자의 말처럼 나의 ‘어둠을 인식하기 위해’ 책을 읽었던 것은 아닐까? 혹은 어둠의 두려움으로.
저자는 독자들이 책에서 단 한 문장이라도 건져 올릴 수 있다면 좋은 책이라 했고, 그 자신 역시 밑줄을 치면서 주석 달기를 좋아했다.
저자는 자신의 모든 존재를 뒤 흔들어 놓은 문장으로 세익스피어의 <폭풍> 4막 1장에 나오는 주인공 프로스페로의 말을 꼽았다.
“우리는 꿈들이 만들어 낸 존재, 짧은 우리네 인생은 잠으로 둘러싸여 있네”
이러한 문장을 대할 때 책을 읽는 재미를 느낀다. 한 권의 책이 인생을 바꿨다느니 하는 말들을 나는 믿지 않는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는 말도 그렇다.
요즘 들어서 독서에 대한 나의 생각은 독서는 그냥 마음의 근육 같은 것이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우리 몸이 쇠약해지듯 독서를 하지 않으면 우리의 마음과 정신이 피폐해지는 것이라고.
잠으로 둘러싸여 있는 우리네 짧은 인생, 그 꿈들에 가까이 다가가는 최고의 방법 중 하나가 독서가 아닐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