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인문학적 감성이니 뭐다 해서 글쓰기 열풍이 불자 덩달아 글쓰기 관련 책들이 덩달아 출판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 많은 글쓰기 관련 책들 중에서 서울대학교 기초 교육원에서 글쓰기 수업을 한 이상원의 <서울대 인문학 글쓰기 강의>가 기억에 남는다.
저자 이상원 프로필
- 서울대학교 가정관리학과와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에서 강의 교수로 일하며 15년째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 저서로는 《엄마와 함께한 세 번의 여행》, 《매우 사적인 글쓰기수업》, 《번역은 연애와 같아서》, 《서울대 인문학 글쓰기 강의》가 있다.《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 등 90여 권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 저자는 글쓰기가 인생이 주는 선물을 발견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 말한다. 특히 인생 중반의 글쓰기는 인생 단계의 ‘옮겨감’을 도와줄 것이라 제언한다.(출판사 제공)

나는 저자의 이름만 보고 남자로 오인했다. 이 책 중반부의 연애 관련 글을 읽고 비로소 그가 여성임을 알고는 혼자 웃었던 기억이 난다.
저자 이상원은 강의도 하고 자신의 책도 출판하고 90여 권의 책을 번역하셨다니 엄청 부지런하신 분이다. 글쓰기 열망의 크기와 부지런함은 대체로 비례하는 것 같다.
서울대 인문학 글쓰기 강의
이 책은 출판 당시 서울대에서 만 6년, 12학기 째 인문학 글쓰기 강의를 한 저자가 대학생들과 글쓰기의 고민을 함께 나누면서 경험한 이야기를 담은 강의록이다.
이상원의 글쓰기 강좌는 수강신청 시작과 동시에 마감될 정도로 높은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이 책에는 현장에서 글쓰기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엿볼 수 있는 자료들이 많다.
<서울대 인문학 글쓰기 강의>는 당시 수업 커리큘럼과 학생들이 작성한 글 11편에 대해 친구들이 읽고 진지하게 합평하는 과정들이 소개되어 있다.
글쓰기 강의에 참여한 수강생들이 쓰낸 자기 소개서와 감상 에세이들은 오늘을 살아가는 청년들의 고단한 삶을 짐작케 하는 날 것의 솔직함이 곳곳에서 번득인다.
이 책은 글쓰기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은 물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 많은 청춘들의 고민과 희망들을 간접적으로 나마 체험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다.
이상원 선생님은 글쓰기에 대하여 아래 같이 말했다.
감상 에세이를 쓰는 이유, 더 나아가 글을 쓰는 이유 무엇인가?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글은 우리가 조금이라도 주체적으로 살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어차피 우리 삶은 주체적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내가 선택해서 하는 행동보다는 남들의 요구나 기 대 때문에 해야 하는 행동이 훨씬 더 많다.
신장개업한 가게 앞에서 허리를 꺾으며 춤추는 키 큰 풍선 인형처럼 우리도 이 방향 저 방향에서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흔들리며 살아간다. 이런 와중에서도 내가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는지 스스로 정리하고 남에게 털어놓는 방법이 바로 글쓰기이다.(본문, 124쪽)
이 방향 저 방향에서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조금이라도 덜 흔들리며 살아가려면 이상원 선생님이 말한 것처럼 글로써 스스로를 정리할 필요성을 느낀다.
이 책을 읽으며 글쓰기는 무엇일까? 다시 생각해 보았다. 추측컨대, “글쓰기는, 거센 바람이 부는 인생이란 들판에서 서로 손을 꼭 잡고 함께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어떤 힘”이라고 정의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솔한 한 편의 글이 생각하지도 못한 그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도 있고 희망을 잃지 않고 나아가게 하는 동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테크닉 습득이나 잡다한 요령을 터득하는 것보다, 우리 인생에 대한 넓고 깊은 안목, 나 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하여, 그리고 나아가 우리 모두에 대한 관용을 기르는 것이 글쓰기에 훨씬 더 중요함 것임을 <서울대 인문학 글쓰기 강의>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서울대 인문학 글쓰기 강의>는 글쓰기를 배우는 학생 뿐만 아니라, 전국의 글쓰기 선생님들이 꼭 읽어 볼만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중고교에서도 이 책에 등장하는 방식의 글쓰기 수업을 채택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가졌다.
글쓰기 추천 도서
당시 읽었던 책들 중에서 씨네21북스가 펴낸 <나는 어떻게 쓰는가>도 인상적이었다. 다양한 분야의 필진이 참여하여 직업적 글쓰기의 어려움과 글쓰기 노하우와 글쓰기 자세를 비교적 진솔하게 담아낸 책이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