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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예술의 문화사, 청혼의 구도에 주목하라

남자가 청혼을 할 때 여자의 표정에 주목하면, 즉 청혼의 구도에 집중하면 많은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역사학자가 있습니다.

스티븐 컨은 자신의 저서 <문학과 예술의 문화사 1840~1900>(2005)에서 1840년에서 1900년도까지 프랑스와 영국의 회화와 문학에 등장하는 ‘남녀의 시선’을 통해 청혼에 얽힌 복잡미묘한 여자의 심리를 분석합니다.

저자 스티븐 컨(Stephen Kern) 소개

저자 스티븐 컨은 철학과 문학, 예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어린이, 정신분석, 현상학, 육체와 섹슈얼리티, 시간과 공간, 사랑, 시선, 인과성, 살인 등을 연구하고 있는 역사학자입니다.

1943년 LA 출생. 1970년 콜롬비아 대학에서 〈프로이트와 아동심리학의 출현:1880~1910(Freud and the Emergence of Child Psychology:1880~1910)〉으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노던 일리노이 대학에서 32년 동안 가르친 뒤 2002년부터 오하이오 주립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하버드 대학 명예연구원, 미시건, 노스웨스턴, 시카고 미술연구소 방문 교수, A.C.L.S.와 N.E.H., 그리고 록펠러와 구겐하인 펠로십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시간과 공간의 문화사 1880~1918》, 《육체의 문화사》, 1996), The Culture of Love: Victorians to Moderns (Harvard, 1992), A Cultural History of Causality: Science, Murder Novels, and Systems of Thought (Princeton, 2004) 등이 있습니다.

문학과 예술의 문화사

이 책의 원제는 ‘Eyes of Love’인데, 번역 서명은 전작과 맞추었다고 합니다. <문학과 예술의 문화사 1840~1900>에는 130여 점의 그림과 그 작품을 그린 화가들의 에피소드를 흥미롭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토머스 하디와 샬럿 브론테, 나다니엘 호손, 빅토로 위고, 찰스 디킨스, 에밀 졸라 등의 작가들과 그 작품은 물론, 푸코와 벤야민, 샤르트르 등 당대의 사상가들의 이야기도 함께 풀어놓았습니다.

스티븐 컨은 남녀가 주고받는 애정의 시선을 그린 19세기의 거의 모든 그림들에 이른바 ‘청혼하는 구도’를 발견했습니다. ‘청혼의 구도“란 그림에서 남성이 여성을 바라보고, 여성은 남성을 외면하며 감상자를 향하는 구도를 말합니다.

즉, 그림에서 남자의 얼굴은 주로 배경으로만 머물러 있으나, 감상자를 바라보는 여성의 얼굴은 훨씬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는 것이지요.

여러분들께서도 19세기의 그림을 감상하실 때, 혹 이러한 점을 발견하셨는지요? 아니면, 현대의 드라마나 광고 등에서도 이러한 구도를 발견한 적이 있으신가요?

저자 스티븐 컨은 그 이유를 남성들의 시선은 성적 욕망으로만 가득 차 있어 단조로운 반면에 여성들의 눈동자는 청혼에 따른 갈등과 선택으로 표정이 입체적으로 살아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역시 남자는 그저 그런 동물에 불과하고 여성이 훨씬 더 감성이 풍부한 동물이라고 화가들이 인색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대부분의 화가가 남자라서 그런 청혼의 구도가 생겨났던 것일까요?

아무튼, 스티븐 컨은 이러한 청혼의 구도를 회화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소설 속 남녀의 대사 속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고 합니다.

화가들 뿐만 아니라 작가들도 재미없는 남성들의 눈보다는 신비롭고 미묘한 여성의 눈동자에 더 집착했다는 설명입니다.

저자의 이러한 주장에 동의하시나요? 좀 단순한 이분법적인 분류이기는 하나, 남자와 여자의 이러한 대비는 묘한 설득력을 가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문학과 예술사 책표지

<문학과 예술의 문화사 1840~1900>의 남녀 시선에 얽힌 성적인 주장들은 독자를 좀 민망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습니다. 그것은 남자의 모든 시선을 모두 성적으로 치환하기 때문이겠지요.

나아가 19세기 여성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진보적이었고 능동적이었다는 사실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21세기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로 여성들이 훨씬 진보적이고 능동적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연말, 계엄 포고령1 발표부터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까지의 과정을 반추해 보면, 중요한 고비마다 역사를 이끌었던 것은 다름 아닌 광장을 지켜낸 2030 여성들이 이 땅에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눈 내리는 혹한이 뒤덮은 광장을 지켜낸 2030 여성들이 그때 없었더라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자유대한민국 내부에 암약하고 있는 반국가 세력’으로 몰려 처단되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무튼, 이 책은 무엇보다 그림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림을 보는 미술사적인 안목이 없더라고 저자의 설명을 듣고 나면 추상적으로 다가왔던 명화들의 새로운 의미가 생동감 있게 다가옵니다.

저자의 주장에 대한 동의 여부를 떠나, 예나 지금이나, 예술에서나 실제 인생에서나,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이 사랑은 대동소이함을 느낄 수 있는 재미있는 책입니다.

  1.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와 함께 발효된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

    자유대한민국 내부에 암약하고 있는 반국가세력의 대한민국 체제전복 위협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2024년 12월 3일 23:00부로 대한민국 전역에 다음 사항을 포고합니다.

    1.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
    2.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전복을 기도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하고,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금한다.
    3.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4.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파업, 태업, 집회행위를 금한다.
    5.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
    6. 반국가세력 등 체제전복세력을 제외한 선량한 일반 국민들은 일상생활에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

    이상의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계엄법 제 9조(계엄사령관 특별조치권)에 의하여 영장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며, 계엄법 제 14조(벌칙)에 의하여 처단한다.

    2024.12.3.(화) 계엄사령관 육군대장 박안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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