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새벽에 기절하면서 쓰러졌다

오전 8시 20분 전화벨이 울렸다. 이른 시각에 딸이 전화를 한 적은 거의 없었다. 새벽에 기절해서 쓰러졌다며 큰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다고 울먹였다.

딸의 오피스텔까지는 차가 밀리지 않으면 40분이 걸린다. 출근 시간 차는 밀렸고, 머릿속은 점점 복잡했다. 어제 아내가 전화했을 때 림프절이 부어서 아픈 거 같다며 약을 먹고 있다고 했었다.

대수롭지 않게 흘려 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에 봄 옷을 챙겨가자고 했는데 게을러서 딸에게 가지 않았던 것도 후회가 되었다.

9시 21분, 오피스텔에 도착했다. 조금 나아졌다고 했다. 오후 다섯 시에 온라인 기업 설명회가 있어 노트북을 챙겨서 병원으로 향했다.

“새벽 3시쯤 깨어서 약을 먹고,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어지럼증을 느껴 벽에 기대어 서 있었는데 깨어나 보니 방바닥이었다. 쓰러지면서 머리도 약간 부었다.

8시쯤, 샤워를 하려고 부스를 들었는데 손에 힘이 쥐어지지 않고 양 팔을 들어 올리기가 힘들어 세수 하기도 힘들었고, 다리도 힘이 풀려 샤워하다 몇 번 바닥에 주저앉았다.”

10시쯤 한*음 병원에 도착했다. 아내도 사무실에서 급히 왔다. 증세를 설명했더니 먼저 신경과로 접수해 보라고 했다.

기다리는 동안 딸이 혈압을 쟀다. 최고 혈압 185, 최저 혈압 128, 맥박수 86이 나왔다. 믿기지 않았다. 나는 168, 109, 77, 아내는 120, 73, 69이 나왔다. 측정기가 고장이 난 것은 아니었다.

신경과 의사 선생님은 젊었을 때는 픽픽 잘 쓰러진다면서 일단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채혈을 하고 11시 10분, 영상의학과에 가서 CT촬영을 접수했다. 30분 넘게 기다리다 대기자가 너무 많아서 자유신경기능계검사실에서 뇌기능 검사를 먼저 받은 후, CT 촬영을 했다. 마지막으로 심장 검사실에서 심장 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오후 1시가 되었다.

병원 앞 아재 돼지국밥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딸이 “돼지 국밥 먹고 싶다.” 했을 때, 마음이 조금 놓였다. 딸이 섞어 돼지 국밥 한 그릇을 비웠다.

오후 2시, 신경과 앞에서 대기를 하고 있을 때 딸이 어깨를 기대었다. 좀 있다 아내도 기댔다.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이 흘러갔다.

병원은 침대가 복도를 내달리는가 하면, 웃음기 사라진 온갖 표정의 사람들로 언제나 북적인다. 건강의 소중함을 일깨우기도 하고 비장해지기도 한다.

의사 선생님은 처음에 검사 결과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 딸이 지금도 좀 어지럽다는 말에 의사 선생님이 CT 촬영 영상을 이리저리 돌려보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오른 쪽 목 부위의 혈관이 보이지 않았다. 반대 편 목에는 두뇌로 향하는 혈관이 하얗게 촬영되어 있었다. 그걸 본 선생님은 혈관 박리인지 아닌지 검사를 해봐야 한다고 했다.

“체중이 40킬로그램이 안 돼요. 근육도 없을 테고요. 칼슘과 나트륨 수치가 너무 낮고 탈수 증상도 보입니다. 혈압과 저 혈액 검사한 수치를 믿을 수 없습니다. 3~5일 입원을 해서 순환기 내과와 신경 외과도 함께 보고, 검사도 다시 해보아야 할 거 같습니다.”

입원 수속을 기다리고 있는 중에 간호사 선생님이 23일에야 입원이 가능하다고 했다. 오늘은 순환기 내과만 접수를 해서 우선 진료를 받으라고 했다. 의사 선생님은 분명 오늘 입원하라고 했지만 병실이 없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오후 3시 45분, 진료비를 계산할 때 순환기 내과가 접수도 예약도 안 된다고 했다. 매일 아침 8시에 병원에 전화를 해서 그날 그날 진료가 가능한지 알아보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딸은 저녁에도 머리가 좀 어지럽다고 했다. 한 달에 두 번 병가를 내면 퇴소 조치를 당한다고 걱정 했다.

아내가 심각한 얼굴로 인터넷을 찾아보더니 “조영제가 혈관에 차 있는 시점을 놓쳐 너무 빨리 찍거나 늦게 찍으면 혈관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정보를 찾아냈다.

아들도 학부생 때 기숙사에서 아침에 일어나던 찰나 기절했었는데, 다행스럽게 지금까지 괜찮았다. 딸도 내일 아침 자고 일어나면 씻은 듯이 괜찮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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