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최고가격제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정부에 의해 석유 최고가격제가 이번 주 시행될 예정이다. 일부 언론은 1970년 석유사업법 제정 이후 단 한번도 이 제도가 사용한 적이 없어 혼란이 예상된다며 국민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제23조에 근거해 석유 가격을 통제하지 않았을 뿐, 해방 이후부터 1997년까지 53년 동안 정부가 석유 가격을 통제한 유구한 역사를 지닌 나라이다.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역사

해방 직후에는 엄격한 가격 통제 및 배급제를 실시했고, 1960년대 군사 정권 시절에는 물가조절에 관한 임시조치법에 따라 1963년부터 주요 상품에 대해 최고가격제를 실시하였다.

1970년대 1차 ‘석유 파동’ 시기에는 정부가 1원 단위까지 가격을 결정, 고시하여 전국 어느 주유소를 가던 같은 가격에 주유를 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당시 정부는 1973년 10월 제4차 중동 전쟁으로 1차 오일 쇼크가 오자 기존 ‘가격사전승인제’ 대신 1974년 1월 14일 긴급조치 2호를 발동하여 강도 높은 가격 규제를 실시하였던 것이다.

긴급조치는 이후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과 물가안정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로 강화돼 정부가 유류 뿐만 아니라 쌀값 등 21개 품목에 대해 최고가격 및 기준가격을 통제했다.

1980년대 경제 호황기를 맞아 규제 강도가 약화되다가 1994년, 국제 시세에 연동하는 ‘유가 연동제’를 거쳐, 1997년 1월 시장경제를 표방하면서 석유 제품 가격을 완전히 자율화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시행 방식

이재명 대통령은 2026년 3월 5일 국무회의에서 “최근 과도하게 인상된 석유 제품에 대해선 최고가격 제도를 신속하게 도입하고 과감하게 시행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주무부처인 산업통상부는 현재 거의 준비를 마치고 시행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제23조를 보면, 정부는 정제업자나 수입업자, 혹은 판매업자를 선택해서 가격 통제를 할 수 있다.

3월 11일,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국회 재정경제위 전체 회의에서 “정유사 공급 가격으로 조정”할 거라고 했다.

석유 최고 가격은 국제 석유 시장에서 거래되는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해서 2주 단위로 고시할 계획이고, 리터당 1800원 대 근처로 내려가면 최고가격제를 해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주유소가 아닌 정유사 공급 가격을 통제하면 유가가 최고 가격 아래에서 형성은 되지만 전국 주유소의 가격은 동일하지 않게 된다.

주유소 가격 통제는 시행에 따른 변수도 너무 많긴 하지만, 최소한의 시장경제의 숨통을 남겨두려는 정부의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유류세 인하, 피해를 보는 취약 계층에 한정해 필요하다면 추경도 하는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하철 타는 서민이 벤츠 차주를 보조하는 것으로, 불공정한 정부 조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발언은 과거 “이건희 삼성 회장의 손자까지 무상 급식을 해야 되느냐”는 주장과 떠올리게 한다. 뒤집어 말하면 삼성 회장의 손자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는 주장과 같다.

석유 최고가격제가 벤츠 차주만 보조하는 것일까? 2025년 6월 말 기준, 대한민국의 자동차 누적 등록 대수는 약 2,640만 8천 대이다. 인구 약 1.94명당 1대꼴이다.

다만, 정부가 자동차 5부제 시행 등 강도 높은 에너지 절약 대책과 병행하지 않고 오르지 가격 통제에만 정책을 집중하는 듯한 모양새는 유감스러운 부분이다.

석유 위기 시 경제 상황

1973년 1차 석유 위기 때에는 1개월 만에 국제 유가가 약 3.9배로 올랐고, 한국의 물가는 1973년 3.5%였던 물가 상승률이 1974년 24.8%로 수직 상승했다. 환율도 21.9% 올랐다.

1979년 2차 석유 파동 때는 6개월 만에 국제유가가 2.3배가 올랐고, 한국은 1979년 18% 상승, 1980년에는 30% 가까이 폭등했다. 환율도 36.5% 급상승 했다.

2025년 12월 말 휘발유의 리터당 가격은 약 1,730원대였다. 2차 오일 쇼크 때처럼 2.3배 오르면 리터당 3,979원이다.

2025년 12월 말, 원 달러 환율은 1,439.50원으로 마감했다. 환율도 36.5% 상승하면 1964.9원이다. 그러면 우리 경제는 어떻게 될까?

과거 석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유물들은 우리 사회 곳곳에 아직 남아있다. 아주 오래된 아파트에 간혹 2개 층에 한번 서는 엘리베이터를 본 적이 있는가? 오죽했으면 그렇게 까지 했겠는가?

8기통 이상 고급 승용차는 운행을 제한했고 자동차 공회전도 금지시켰다. 이 외에 네온사인 제한, 난방 온도 제한, 승용차 5부제 등 할 수 있는 것은 전부 다 했다.

석유 위기 극복을 위한 각국 대책들

호르모즈 해협 봉쇄는 특히 아시아 국가들에게 치명적이다. 아시아 국가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를 수입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호르무즈 해협 의존도는 54.2%로 가장 높다. 태국이 52.4%, 일본이 50.3%, 대만이 40%로 그 뒤를 잇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지도

중국 당국은 정유사들에 신규 석유제품 수출 계약을 중단하고, 이미 잡힌 물량도 취소할 것을 지시했다.

태국은 대부분의 공무원에게 전면 재택근무를 지시했고, 방글라데시는 이슬람 최대 명절까지 앞당겨 가며 전국 모든 대학에 휴교령을 내렸다.

필리핀과 파키스탄은 공공기관 중심 주4일 근무제와 재택근무를 시행했고, 파키스탄은 대학 수업까지 온라인으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란 혁명 수비대가 이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했는데 우리도 머뭇거릴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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