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노아 하라리의 <사피엔스>가 인류의 진화적인 과거를 다루었다면, <호모 데우스>(김명주 옮김, 김영사, 2017)는 지구의 지배자인 인간이 나아갈 미래를 다룬 책이다.
호모 데우스(Homo Deus)의 뜻은 호모(Homo 인간이라는 뜻의 라틴어)와 데우스(Deus 신을 의미하는 라틴어)의 합성어로 저자는 호모 사피엔스가 진화할 미래를 압축하는 의미로 이 단어를 만들어 섰다.
호모 데우스 요약
유발 하라리는 전작 <사피엔스>(2015)에서 인간이 지구를 정복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인간이 가진 신, 인권, 국가 또는 돈에 대한 집단 신화를 믿는 독특한 능력 등을 꼽았다.
인간이 창조한 오래된 신화들이 혁명적인 신기술과 짝을 이루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인간은 신으로 진화할 것인지를 신작 <호모 데우스>는 탐구한다.
전례 없는 수준의 번영, 건강, 평화의 시대
인간은 수천 년 동안 굶주림, 전염병, 폭력으로 수백만 명씩 대대로 죽어갔다. 유발 하라리가 인용한 기아와 역병의 사례를 보면 인류라는 종이 직면했던 비참한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1692년 1694년 사이에 프랑스 인구의 15퍼센트에 해당하는 약 280만 명의 프랑스인이 기근으로 굶어 죽었다.
1520년 3월, 멕시코에는 2,200만 명이 살고 있었지만 12월에는 1,400만 명만 살아 있었다. 스페인 함대와 함께 실려온 천연두 바이러스 때문이었다. 이후로도 독감과 홍역을 비롯한 치명적인 전염병들의 물결이 멕시코를 차례로 강타해 1580년에는 인구가 200만 명 이하로 줄었다.
그러나 2012년 전 세계 사망자 수는 약 5,600만 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62만 명이 폭력으로 죽었다.(전쟁에서 죽은 사람이 12만 명, 범죄로 죽은 사람이 50만 명이었다) 반면 80만 명이 자살했고, 150만 명이 당뇨병으로 죽었다. 설탕이 화약보다 더 위험한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다.
유발 하라리는 <호모 데우스>에서 기아, 역병, 전쟁은 앞으로도 수십 년 동안 수백만 명의 희생자를 내겠지만, 이 문제들은 이제 무력한 인류가 이해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는 불가피한 비극이 아니다. 인간에게 이 문제들은 관리할 수 있는 난제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즉, 인류는 경이로운 경제성장 덕분으로 기아, 역병, 전쟁을 통제할 수 있었고, 전례 없는 수준의 번영, 건강, 평화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2020년 발병한 코로나19를 보면 저자의 주장에 고개가 갸웃해 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 19로 인하여 발생한 전 세계 사망자 수는 327만명으로 집계(미국 존스홉킨스대)가 되었지만, 미국 워싱턴대 의대 건강측정평가연구소(IHME)의 모델링 분석에 의하면 693만명으로 추정되었다.
저자의 전쟁에 대한 예측도 마찬가지다. 러시아와 이스라엘은 1년 넘게 지금까지 전쟁을 지속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저자의 말처럼 전례 없는 수준의 번영, 건강, 평화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인간이 곧 신 그 차제가 되는 미래
저자의 논리는 짐승 수준의 생존 투쟁에서 승리한 인류의 다음 목표로 향한다. 굶주림, 질병, 폭력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인 다음에 할 일은 노화와 죽음 그 자체를 극복하는 것이라고 유발 하라리는 주장한다.
죽음 그 자체를 극복한다는 것은 곧 인간이 신 그 차제가 되는 길이다. 유발 하라리는 이를 인류를 신으로 업그레이드하고, ‘호모 사피엔스’를 ‘호모 데우스’로 바꾸는 것이라고 도발적으로 표현한다.
유발 하라리는 과거의 기록과 현재의 가치들을 고려할 때, 불멸, 행복, 신성이 인류의 다음 목표라고 말한다. 여러 학문적 성과를 넘나들며 그 가능성들을 저자는 <호모 데우스>에 담았다.
저자는 죽음의 문제를 기술 관점에서 접근한다. 현대인에게 죽음은 해결할 수 있고 해결해야만 하는 기술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모든 기술적 문제에는 기술적 해법이 있으므로 21세기의 인간은 불멸에 진지하게 도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구글의 엔지니어링 이사 레이 커즈와일과 드 그레이도 2050년에는 몸이 건강하고 은행 잔고가 충분한 모든 사람이 불멸을 시도할 거라고 주장한다.
만일 우리가 우리 몸에서 죽음과 고통을 기술적으로 제거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 몸을 우리가 원하는 거의 모든 방식으로 재설계하고 장기, 감정, 지능을 수많은 방식으로 조작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얘기다.
유발 노아 하라리는 유기체는 알고리즘이고, 알고리즘은 수학 공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오늘 날의 통설을 소개한다.
배우자, 직업, 거주지 같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들을 포함해 우리가 내리는 결정의 99퍼센트는 감각, 감정, 욕망이라고 불리는 매우 정교한 알고리즘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런 알고리즘들이 모든 포유류와 조류(아마 몇몇 파충류와 심지어는 어류까지도)의 삶의 제어하기 때문에, 이들이 두려움을 느낄 때 이들의 뇌의 비슷한 영역에서 비슷한 신경 과정이 일어난다.
저자에 의하면 인간을 신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데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생명공학, 사이보그, 그리고 비유기체 합성이다.
생명공학자들은 오래된 사피엔스의 몸을 가져다 유전암호를 고치고, 뇌 회로를 바꾸고, 생화학 물질의 균형을 바꾸는 것은 물론 새로운 팔다리까지 자라게 할 것이다. 그런 식으로 새로운 신을 창조할 것이고, 그렇게 탄생한 초인류는 우리가 호모 에렉투스와 다른 만큼이나 지금의 사피엔스와 다를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사이보그 공학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유기체를 비유기적 장치들과 융합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유기적 뇌가 사령부라고 생각하는 한 사이보그 공학도 시시하다. 더 과감한 접근 방식은 유기적 부분이 전혀 없는, 완전한 비유기적 존재를 설계하는 것이다.
신경망은 지능 소프트웨어로 대체된다. 생명은 유기화합물의 세계 안에서 40억 년 간의 배회를 마치고 마침내 광대한 비유기적 영역으로 나와, 우리의 가장 허황된 상상으로도 떠올릴 수 없는 형태를 취할 것이라고 유발 하라리는 주장한다.
하지만, 죽음이 과연 기술적인 문제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또한 유기체는 알고리즘이라고 하는 정의도 쉽게 수긍할 수는 문제이다.
<호모 데우스>는 내가 읽은 책 중 가장 도발적이고 흥미진진했으며 묵직했다. 저자의 상상력은 인류 진화의 마지막 종이 호모 사피엔스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는 데서 시작했다.
유발 노아 하라리의 상상력을 따라 가다 보면 ‘이야기하는 자아’, ‘경험하는 자아’와 같은 알 수 없는 우리 인간들의 여러 철학적인 층위들을 만나게 된다.
“우리가 알기로는 사피엔스만이 수많은 낯선 사람들과 매우 유연한 방식으로 협력한다. 우리가 지구라는 행성을 정복한 이유는 불멸의 영혼이나 어떤 특별한 종류의 의식이 아니라 바로 이 구체적 능력 덕분이다.
인간의 모든 대규모 협력은 결국 상상의 질서에 대한 우리의 믿음에 기반한다. 사람의 인생은 그들이 서로에게 말하는 이야기의 그물망 안에서만 의미를 가진다.
사피엔스가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그들만이 상호주관적 의미망을 엮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공동의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법, 힘, 실체, 장소로 이루어진 그물이다. 이런 그물은 인간만이 십자군, 사회주의 혁명, 인권운동을 조직할 수 있게 했다.
이렇게 상호주관적인 실재들을 창조하는 능력은 인간을 다른 동물들에게서 분리할 뿐 아니라, 인문학을 생명과학에서 분리한다.
21세기에 허구는 소행성과 자연선택을 훨씬 능가하는, 지구상의 가장 강력한 힘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미래를 이해하고 싶다면, 게놈을 해독하고 통계수치를 처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는 세계에 의미를 부여하는 허구들도 해독해야 한다.”
인간이 어떻게 지구를 정복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유발 하라리의 이야기를 인용하며 리뷰를 마친다. 이 책을 읽고 우리가 살아갈 미래에도 허구는 여전히 중요하다는 저자의 이야기에는 공감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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