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거 엘런 포의 <모르그 가의 살인사건>(1841)을 최초의 추리소설로 본다면, 추리소설의 역사는 약 200년 가까이 되는 셈이다. 당연히 수많은 고전들이 쌓였고 정석에 따라 베스트 10을 고른다면 애거서 크리스티에서 진도가 멈춰버릴지도 모른다.
게다가 나도 추리소설을 좋아하긴 하지만 고전들을 전부 읽은 건 아니다. 결국 이 베스트 10은 순전히 나의 독서경험과 취향에 따른 것이다.
추리소설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스릴러에 가까운 추리소설, 하드보일드, 일상추리 등등…그 중에서도 나는 논리적인 추리를 중시하는 계열을 좋아한다. 본격추리라고 하는 장르가 취향에 가깝다.
하지만 훌륭한 본격추리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전부 마음에 드는 건 아니다. 내가 추리소설에서 느끼고 싶은 감정은 논리의 마술, 얼핏 보면 무관계해보이는 단서들로부터 납득할 수 있는 논리적 수순으로 예상치 못한 진실이 도출되고 마는 경이감이다.
그간 그러한 경이감을 나에게 선사했던 추리소설 베스트 3를 소개한다.
1.<명탐정의 제물>(시라이 도모유키, 구수영 옮김, 내친구의서재, 2023년)
워낙 명작이라 이건 한 번 다시 읽고 써야겠다.
2.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이노우에 마기, 이연승 옮김, 스핑크스 · 2018)
이 소설에는 기적을 믿는 명탐정이 등장한다. 탐정은 불가해한 사건을 마주했을 때, 인위로 인한 가능성을 전부 부정하는 것으로 기적을 증명하고자 한다. 인위로 인한 가능성이란 건 정말 갖은 우연이 겹치고 겹쳐야 겨우 성립하는 우연한 경우의 수까지도 포함한다.
반면 우연한 경우를 부정하기 위해선 그런 일이 절대 불가능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한다. 이렇게 불공정한 게임 속에서 탐정이 기적을 증명해가는 논리의 명징한 아름다움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특히 세부적인 추리를 넘어서 작가가 논리 그 자체를 다루는 솜씨가 예술적이다. 어쩌면 작가가 수학과가 아니었을까 싶다. 당장 인위로 인한 가능성을 전부 부정하는 것으로 기적을 증명한다는 발상도 수학의 귀류법과 비슷하고, 작가의 전작 ‘사랑과 금기의 술어논리’도 수학과스러운 취향이 드러난다.
논리 뿐만 아니라 연출력도 탁월한데 논리들 간의 역동이 인상적인 작품에 현학적인 캐릭터까지 가미돼 논리로만 이루어진 비현실적인 분위기가 너무 훌륭하다.
중고를 구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그러지 못해 정기적으로 도서관에서 빌려봐야하는 처지가 안타까울 뿐이다. 사두고 아직 읽지 못한 이 작가의 신작들을 읽는다면 베스트10이 또 바뀔지도 모르겠다.
3. <9마일은 너무 멀다>(해리 케멜먼, 이정태 옮김, 동서문화사, 2003)
시간이 나는 대로 곧 올릴 생각인데, 늘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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