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든버러 성은 에든버러 도심의 언덕 위에 위치해있다. 에든버러 컨벤션 센터 근처를 돌아다니다 고개를 들면 높다란 바위언덕 위에서 서있는 고성이 보이는데, 모르고 지나칠 염려는 전혀 없다. 오히려 세월의 풍파가 느껴지는 고색창연한 돌성이 21세기 대도시의 한복판에 서 있다는 사실에 머리가 띵해지는 위화감이 느낄 정도다. 그렇게 매 번 저 성에 가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일정이 끝나고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에든버러 성에 입장하는 방법을 조사했다. 당일은 예약이 꽉차있어서 다음날 낮시간대로 예약해 입장했다. 역시나 인기가 많다.
흔히 우리가 궁전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근대식 성과 달리, 에든버러성은 중세식 성이다. 성안의 거주민을 일컬어 부르주아라고 불렀다, 라는 이야기에서 나오는 그 성인 셈이다. 성 안에는 거주민들의 집들이 모여 작은 마을을 이루고 있다. 작은 마을이라고 말해버리긴 했지만 무려 스코틀랜드 왕이 지냈던 성으로, 왕권을 상징하는 왕관, 검, 오브가 보관되어있다. 개인적으로 에든버러 성에서 본 것 중 가장 인상깊은 것들이다. 귀하다는 보석을 보아도 큰 감흥을 받은 적이 없은데, 왕관을 보고 찬란하다고 느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시선을 강제로 잡아끌 정도로 화려한 왕관은 그자체로 왕권을 드높여주었을 것이다. 촬영이 금지되어있어 사진으로 남기지는 못했지만 이것만으로도 온 보람이 있었다.
에든버러성은 전투를 상정하고 지어진 듯, 1차방벽, 2차방벽 등이 있었다. 적이 침입할 시 방어계획 같은 것도 관광객을 대상으로 소개가 되어있었는데 이건 관심이 없어 지나쳤다. 다만 흥미로웠던 부분은 시간총 time gun이었다. 당시에는 정확한 시계가 귀한 물품이었기 때문에 모두가 갖고다니지 못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시간을 알리기 위해 에든버러 성에서 1시간마다 대포를 쏘았는데 그게 time gun이다. 다만 소리도 즉시 전달되지 않으므로 성에서 멀리 떨어져있는 사람은 자신과 성 간의 거리를 고려해 시간을 보정해 측정했다고 한다.
그 외에는 교회와 감옥이 있었다. 교회는 솔직히 말해 다른 유럽권의 웅장하거나 아름다운 교회들과 비교해 그렇게 큰 인상을 받지 못했다. 세계대전 당시의 전사자들이 안치된 듯했다. 감옥도 세계대전 당시에 쓰인 것 같다. 당시 수감자들이 사용했을 물품들과 그 당시 수감자들의 모습을 그림자로 만든 미니 드라마로 보여주고 있었다. 관광 안내의 경향도 그렇고, 에든버러 성의 테마는 전쟁과 비장미인 것 같다. 화려한 성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돌아다니는 내내 반짝이는 금관이 눈에 어른거리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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