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나니 온 세상이 눈 세상이 되었다며 아들이 카톡을 보내왔다. 여긴 하루 종일 비가 왔는데, 거긴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었나 보다.
아들이 보내 온 사진을 보니 눈 덮인 산을 등산하던 때며, 여러가지 기억들이 한 장의 사진이 되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그 중에서 꼭 떠오르곤 하는 기억은 어린 시절 눈만 오면 강아지들이 눈을 보고 사족을 못 쓰며 뛰어다니는 풍경이다. 강아지들이 눈을 유독 좋아하는 이유는 이렇다.

시각과 후각을 자극하는 신선함
강아지들은 냄새와 색으로 세상을 인지한다. 그런데 자고 일어났더니 온 세상이 눈으로 하얗게 덮인 풍경은 강아지에게 어떤 느낌을 선사할까?
강아지는 색맹은 아니지만 사람보다는 색을 덜 구별한다. 그런데 하얀 눈은 주변 사물과의 대비를 선명하게 하여 강아지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한, 하얀 눈은 지상의 익숙한 냄새를 덮어버리고, 대신 공기 중의 미세한 냄새 입자를 포획한다. 사람보다 약 만 배에서 10만 배 더 예민한 후각1을 가진 강아지는 그 미세한 냄새를 예민하게 탐지해낸다.
하여 강아지의 후각은 자기가 마치 다른 세상에 진입한 느낌을 받게 한다.
촉각이 주는 즐거움
강아지들은 몸에 닿는 자극에도 민감하다. 폭신폭신한 눈의 감촉은 강아지에게는 일종의 전신 마사지를 받는 듯한 쾌감을 준다.
이는 털이 많은 견종들이 유달리 눈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한다. 솜사탕 같은 눈이 푹신한 털에 미세하게 부딪히는 감각은 강아지들이 양보할 수 없는 쾌감이다.
퍼피 루덴스(Puppy Ludens)
네덜란드의 철학자 요한 하위징아는 인간을 호모 루덴스(Homo Ludens)2라고 불렀다. 그런데, 과연 인간만이 노는 것을 즐기는 존재일까?
만약 요한 하위징아가 강아지가 눈 밭에서 지칠 줄 모르고 뛰노는 것을 보았다면 틀림없이 퍼피 루덴스(Puppy Ludens)라고 명명했을 것이다. 아니면 학자연한다고 라틴어로 카니니스 루덴스(Canis Ludens)라고 했을지도.
강아지들은 저 높은 하늘에서 천변만화하며 흩나리며 내려오는 눈송이들을 쫒아 입으로 깨물고 발로 차기도 하면서 눈 속으로 온전히 뛰어들 줄 알기 때문이다.
유의사항
옛날에는 눈밭을 뛰어다녀도 좋았지만 현대는 사정이 조금 달라졌다. 만약 제설제(염화칼슘)가 뿌려진 도로라면 강아지에게 위험하다. 이 때에는 산책 후 목욕시키는 것이 필수이다.
만약 노령견이라면 눈 아래 숨겨진 빙판길은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다리에 힘을 주다 보면 근육과 관절에 무리가 가기 쉽다. 노령견은 추위에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런저런 이유로 노령견은 보온이 잘 되는 옷과 발바닥을 보호하는 신발을 신기고, 긴 산책보다 5~10분 정도의 짧은 산책이 권장된다.
노령견도 근육이나 관절이 쇠퇴하였을 뿐, 눈으로 뒤덮인 세상을 보면 강아지와 마찬가지로 뛰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글을 정리하고 보니, 내가 노령견을 걱정할 처지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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