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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밴쿠버 여행 시간과 12월 날씨, 여행의 이유와 떠나지 못한 자의 상념

아내와 아들이 캐나다 밴쿠버 여행을 갔다. 아내는 예정에 없던 해외여행이다. 아들이 논문 발표차 이번에는 밴쿠버에서 열리는 콘퍼런스에 혼자 가게 됐다는 말을 듣고, 아내에게 같이 가라고 권하자 아내가 이에 선뜻 응했기 때문이다.

출국 한 달여 전에 비행기를 예약하다 보니 항공권이 비쌌다. 하필이면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콘퍼런스와 맞물려 밴쿠버에서 콘서트를 하는 바람에 호텔 숙박비도 턱없이 올라가 있었다. 

아내는 오랜만에 가는 해외여행이고 패키지여행이 아니라 신경이 많이 쓰이는 모양이었다. 아들이 항공권과 호텔을 예약했고, 아내는 먼저 회사에 연차를 허락받은 후, 밴쿠버 가볼 만한 곳을 탐색하고 이것저것 짐을 준비하느라 부산을 떨었다. 엄마가 해외여행을 간다고 하니까 딸도 덩달아 비행기 목베개며 몇 가지를 챙겼다.

밴쿠버 시간과 시차

밴쿠버는 서울보다 시차가 17시간 늦다. 서울이 밤 11시이면, 밴쿠버는 오전 6시이다. 빠르게 계산하려면 5시간을 빼서 오전을 오후로, 오후를 오전으로 바꾸기만 하면 된다. 이건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갈 때도 마찬가지 계산 방법이다.

오후 5시 30분 현재 밴쿠버 시내 야경
오후 5시 30분 현재 밴쿠버 시내 야경

아내가 현지 시각 오후 5시 반, “여긴 완전 한밤중”이라고 사진을 보내온 걸 보니 여기보다 훨씬 해가 짧았다. 캐나다로 여행을 가기로 결정했을 때, 제일 먼저 떠올랐던 건 정세랑의 소설 <지구에서 한아뿐>의 오로라 이야기였다.

아내에게 시간 되면 오로라를 보고 오면 판타스틱할 것 같다고 권했지만 아마 어려울 것이다. 8박 9일이긴 하지만 아내 혼자 오로라를 관측하러 가기엔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밴쿠버 국제 공항
밴쿠버 국제 공항

밴쿠버 여행 이야기를 하고 나서 아주 깊은 곳에서 떠올랐던 건 푸른 눈동자의 ‘앤’이었다. 그녀는 나의 첫 외국인 친구였다. 그러고 보니 지금으로부터 28년 전이었다.

앤은 출렁이는 금발에 인형같이 작은 얼굴이었다. 내 만한 키에 허리가 잘록하고 늘씬해서 조금만 율동을 해도 리듬감이 풍부했다. 앤은 내가 자기 아버지를 닮았다며 곧잘 깊고 맑은 미소로 ‘R’발음을 섞어 내 이름을 부르곤 했다.

내가 다시 밴쿠버에 갔으면 앤을 만날 수 있었을까?

밴쿠버 겨울 날씨

밴쿠버 WESTIN 호텔
밴쿠버 WESTIN 호텔

사전 파악한 정보에 의하면, 밴쿠버의 12월 날씨는 12월 초의 서울 날씨와 비슷하다는 거였다. 평균 기온 분포는 최저 0.8℃에서 최고 6.2℃이고, 일교차는 평균 5.4℃였다.

하지만, 12월 한 달 동안 평균 19.8일 비가 내리고 평균 강수량은 175.7mm였다. 한 달에 20일이나 비가 오다니! 이번 주만 해도 목요일에서 일요일까지 내내 비가 내린다는 예보였다. 

아내는 기온이 서울과 비슷해도 자주 비가 내리니 아무래도 습한 날씨가 이어진다고 체감 온도는 다를 것이라며 옷을 따뜻하게 준비했다. 

밴쿠버 WESTIN 호텔 포토존
밴쿠버 WESTIN 호텔 포토존

아내가 장화도 준비해야 되나 해서, 그냥 비도 맞고 다녀야 해외여행 맛이 있지, 그랬는데 살짝 걱정이 되긴 한다.

김영하가 <여행의 이유>에서 말했듯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련,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을 원경으로 물러나게 하려면 의외성이 있어야 하니까 말이다.

여기도 밴쿠버 WESTIN 호텔
여기도 밴쿠버 WESTIN 호텔?

아내가 여행을 따나고 나니 홀로 남은 집안에 어느새 적막감이 돈다. 딸마저 기말 시험 기간이라 친구 집에서 공부해야 한다는 핑계를 대는 톡이 왔다. 괜히 아내방과 아이들 방문을 열어 보는 내 모습을 보고 허허 웃었다.

내가 철학자 임마뉴엘 칸트를 유일하게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더 자주 끊임없이 생각하면 할수록, 점점 더 새로워지고 점점 더 커지는 경탄과 경외감으로 마음을 채우는 두 가지 것: 내 위의 별로 가득 찬 하늘과 내 안의 도덕 법칙.”이라든가 “네 의지의 준칙이 언제나 동시에 보편적 입법의 원리가 될 수 있도록 행동하라” 등등의 멋진 말을 해서가 아니다.

그가 사는 동안 단 한 번도 출생지인 쾨니히스베르크에서 100마일(160.93km) 이상을 벗어나 본 적이 없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아내가 여행을 종용할 때마다 나는 대철학자 양반인 임마뉴엘 칸트를 들먹이며 방패막이로 삼곤 한다.

어쨌든, 모자 밴쿠버로 날아갔으니 아들과 가볼 만한 곳을 잘 둘러보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바라는 마음이다. 떠나지 못한 자의 변명 같지만 이 집에는 나와 함께 변함없이 머물고 있는 냥이만이 나를 가끔 올려다보며 “야옹야옹” 하며 발톱을 물어뜯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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