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숨결이 바람 될 때 줄거리와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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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 될 때 서평

서른 아홉 짧은 생애를 살다 간 외과 의사 폴 칼라니티가 쓴 <숨결이 바람 될 때 When Breath Becomes Air>(이종인 옮김, 흐름출판, 2016)는 남겨진 이들에게 끝없는 사랑과 간절한 소망이 우리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우는 책이다. 글쓴이의 깊은 성찰과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을 담은 책은 한 사람의 인생을 뒤흔들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추천의 말들

이 책을 읽은 많은 이들이 그런 감동을 전한다. 내가 좋아하는 분들도 추천을 아끼지 않았다. 민들레의 영토의 시인 이해인은 “젊은 의사의 이 간절한 고백록을 그냥 한 번 읽는 것 만으로도, 슬프지만 아름다운 영혼의 학교에 입학한 듯한 감동에 먹먹한 행복을 느낀다.”고 했다.

건강한 삶을 탐구해 온 하버드 의과대학 교수 아툴 가완디는 “너무 젊은 칼라니티 의사의 회고록은 죽어가는 사람들이야말로 우리에게 삶에 대하여 가장 많이 가르쳐준다는 것을 증명한다. 감동적이고 슬프고 너무나 아름다운 책이다.”라고 썼다.

폴 칼라니티는 레지던트 마지막 해인 서른 여섯 나이에 암 선고를 받고 교수 임용을 막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 피지 못한 인생은 애틋함을 남기기 마련이나, 단지 짧은 생을 살다 갔다는 이유 만으로는 감동을 전해주지는 않는다. 그는 어떠한 생을 살았길래, 출판된 지 수년이 흘렀지만 그토록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낳고 있는 것일까.

숨결이 바람 될 때 목차

  • 프롤로그
  • 1부_ 나는 아주 건강하게 시작했다
  • 2부_ 죽음이 올 때까지 멈추지 마라
  • 에필로그 | 루시 칼라니티
  • 추천의 글 | 에이브러햄 버기즈
  • 감사의 글
  •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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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 될 때 요약 줄거리

폴 칼라니티는 프롤로그에서 신경외과 레지던트서 마지막 해를 보내던 중에 무수한 종양이 자신의 폐를 덮고 있는 CT 정밀검사를 보아야 하는 당혹감과 절망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는 지난 6년 동안 환자들을 진료하던 그 방에서 이제 환자가 되어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에 놓였던 것이다.

그는 의사 집안에서 자랐다. 아버지와 형, 삼촌이 의사였다. 하지만 그는 삶의 의미를 이해하고 싶었고, 인생의 무의미와 고독을 뛰어넘을 무언가를 갈망했다. 그래서 그는 의사의 길이 아닌 영문학도의 길을 택했다.

칼라니티는 스탠퍼드 대학교 영문학과에 입학해서 생물학을 복수 전공한다. 그가 이해하기로는 삶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뇌의 작용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정신을 이해할 수 있고, 그 정신이 이야기하는 문학을 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인생의 의미란 무엇인가에 대한 끝없는 질문은 그를 영문학 석사과정으로 이끌었으나 석사 학위를 마칠 즈음 정치적이고 반과학적인 문학의 한계는 결국 그를 의사의 길로 들어서게 한다.

폴 칼라니티는 신경 외과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는 고통 받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육체의 쇠락과 죽음 앞에서도 인간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삶의 최전선에서 부딪치며 풀어보고 싶었다.

그에게 스탠퍼드 대학의 의예과 과정과 케임브리지 대학의 과학과 의학의 역사 및 철학 과정, 예일 의과대 대학원 4년, 그리고 스탠퍼드 대학 병원 레지던트 생활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환자들을 위하여 의사로서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 삶이란 무엇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기나긴 여정이었다.

그러나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한 모든 준비를 철저하게 마친 그에게 운명은 가혹했다. 레지던트 수료식이 열리는 날 아침, 그는 지독한 메스꺼움을 느끼며 녹색 담즙을 토했다. 이제 그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암 선고를 받고 폴과 그의 아내 루시가 첫 번째로 결정한 일은 체외 수정으로 임신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이 책을 쓰기로 했다. 암 선고를 받고 2년 동안 그는 진통제를 복용하며 이 책을 쓰고 레지던트 생활도 완벽하게 마무리 했다.

에필로는 그의 아내 루시가 마음을 담아 썼다. 폴은 세상을 떠나기 8개월 전 딸 케이디를 낳았다. 그는 암 진단을 받고 22개월 만에 숨을 거두었다.

인상 깊은 구절

“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세상에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했는지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바라건대 네가 죽어가는 아빠의 나날을 충만한 기쁨으로 채워졌음을 빼놓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아빠가 평생 느껴보지 못한 기쁨이었고, 그로 인해 아빠는 이제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만족하며 편히 쉴 수 있게 되었단다. 지금 이 순간, 그건 내게 정말로 엄청난 일이란다.”

– 본문 234쪽, 폴이 딸 케이디에게.

나는 암 진단을 받은 폴과 그의 아내 루시가 임신을 결정하는 것이 처음에는 이기적인 행동이 아닌가 염려됐다. 하지만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또 시간이 지나갈수록 그와 그의 아내의 마음이 조금씩 헤아려졌다. 부부의 통한의 슬픔과 간절한 마음이 와 닿았다. 그것이 사랑이었구나, 그들로서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구나, 하는 데까지 생각이 이르자 가슴이 저릿해졌다.

이 책을 쓰면서 폴이 마지막 문장으로 삼은 딸에게 전하는 메세지는 딸에게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지 못하는 아빠로서의 미안함과 속상함, 딸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혹시 처할지도 모를 위기의 순간에도 용기를 잃지 말라는 아빠의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다.

인간은 자신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존재인가를 곧잘 잊어버리곤 한다. 자식은 존재하는 자체 만으로도 부모에게 큰 힘이 되고, 그 역도 마찬가지다. 폴은 고통스러운 순간 마다 아내 루시와 딸 케이디를 생각하며 사력을 다해 이 책을 썼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은 곁에 있는 것 만으로도 큰 위안과 삶의 강력한 동인이 될 수 있음을 폴 칼라니티의 짧은 생은 증거 한다.

폴은 이 책을 여는 시로 시인 그레빌 남작의 시 <카엘리카 소네트 83번>을 인용했다. 이 책의 제목, 숨결이 바람 될 때(원제 When Breath Becomes Air)의 의미가 담긴 시이기도 하다. 시에는 인간은 언제나 죽지만 영혼은 죽지 않는다는 염원이 담겨 있다. 폴은 숨결이 바람이 되어 영원히 살기를 바랬다. 시인 이해인은 이를 ‘영혼의 학교’라고 했다.

죽음 속에서 삶이 무엇인지 찾으려 하는 자는
그것이 한때 숨결이었던 바람이란 걸 알게 된다.
새로운 이름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고,
오래된 이미 사라졌다.
세월은 육신을 쓰러뜨리지만, 영혼은 죽지 않는다.
독자여! 생전에 서둘러
영원으로 발길을 들여놓으라.

폴의 마지막 대화
폴과의 마지막 대화

폴은 인간의 삶을 이렇게 이해했다. 결코 완벽에 도달할 수 없는 존재이지만 우리가 완벽을 향해 끝없이 다가가고 있다는 믿음을 갖고 살아가야 하는 존재라고 말이다. 폴은 그가 이해 한대로 그렇게 살았고, 무엇이든 철저하게 준비했다. 그런 그였기에 마지막 죽음의 순간에서 조차 “난 준비됐어.”라고 그는 담담하게 말할 수 있었다.

감상문

폴 칼라니티의 꿈은 처음 20년은 의사의 길에 매진하고 여생은 문학에 헌신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예기치 않게 암이 찾아오고 그는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그에게 허락된 시간 안에서 무엇이 가장 의미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었고 그에 대한 대답으로 이 책을 썼다.

담당의와 폴은 암 진단 직후 대략 10년쯤 살 수 있을 거라 기대했지만, 병세는 급격하게 악화돼 갔다. 운명은 이 책마저도 온전한 마무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는 필사의 정신으로 집필을 이어갔고, 그의 아내 루시는 그의 소망을 이어받아 이 책을 마무리했다.

폴 칼라니티의 짧은 생은 우리들에게 많은 성찰을 남긴다. 주어진 시간 안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설령 역경이 닥쳐오더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매 순간 정진하는 마음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이 책은 이야기한다.

문학을 꿈꾸었던 청년이었던 만큼 이 책은 문학적이다. 무엇보다 죽음과 수없이 직면한 외과 의사였던 그였기에 쓸 수 있었던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이 여러 곳에서 빛난다. 삶의 의미를 평생 진지하게 탐구했던 그는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거부하고 마지막 순간을 맑은 정신으로 마감했다.

같이 읽으면 좋은 소설

사랑하는 여인을 잃은 한 청년이 그 죽음 뒤에 얽힌 잔혹한 운명에 맞서 싸우며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김연수의 김연수 소설 <밤은 노래한다>도 삶을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로 읽어볼 만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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