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를 직업으로 삼아 살아가는 세 남자의 고단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 <킬러들의 도시>는 2009년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오른 작품입니다.
<킬러들의 도시>는 총알처럼 쏟아지는 엄청난 양의 대사, 벨기에 브뤼헤의 아름다운 시가지와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블랙 코미디입니다. 이 영화는 2025. 1. 23. 현재 웨이브에서 다시 보기할 수 있습니다.
출연진
- 감독 : 마틴 맥도나
- 출연 : 킬러 레이(콜린 파렐 분), 보스 해리(랄프 파인즈 분), 조직의 2인자 켄(브레단 글리스 분), 클로이(클레망스 포에지 분) * 모두 해리 포터 시리즈에 출연했던 배우들이다.
킬러들의 도시 줄거리
영화의 배경은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로부터 약 90km 떨어진 작은 도시 브뤼헤(Bruges)입니다. 이 영화의 원제는 ‘In Bruges’인데, 당시 제법 인기가 있었던 <킬러들의 수다>를 패러디한 <킬러들의 도시>라는 이름으로 개봉되었습니다.
브뤼헤는 운치 있게 흐르는 운하와 고풍스러운 중세의 고딕 건물들이 줄지어 늘어선 시가지가 아름다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소도시입니다. 인구 십만 정도의 브뤼헤는 북부의 베네치아로 불리며 관광지로 인기가 많은 도시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킬러 레이(콜린 파렐 분)는 무려 대주교를 암살하는 과정에서 어린 아이를 죽이는 실수를 저지릅니다.
그래서 킬러들의 보스 해리(랄프 파인즈 분)는 레이에게 2주 동안 브뤼헤에 가서 잠수를 타고 있으라고 지시합니다. 그러면서 조직의 2인자 켄(브레단 글리스 분)을 딸려 보냅니다.

그런데 브뤼헤에서 레이와 켄이 하는 행색을 보면 어째 프로패셔널 킬러 같지 않아 보입니다. 총을 챙기고 가지 않아 박물관 앞에서 10센트만 깎아 달라고 통사정을 하지 않나 무게감이라고는 전혀 없이 입만 살아있는 킬러들 같습니다.
켄은 그래도 이왕 브뤼헤에 왔으니 관광이나 즐기자고 레이를 설득해보지만, 레이는 시궁창 같이 지루한 도시라며 내내 투덜거리기만 합니다.
사실, 보스 해리가 레이를 죽이기 전에 그를 브뤼헤에 보냈던 것은 보스로서 선심(?)을 베푼 것이었습니다. 옛날에 브뤼헤를 방문한 적이 있었던 해리는 레이가 죽기 전에 브뤼헤의 아름다운 풍광을 음미할 기회를 준 것이었습니다.
참, 보스 해리가 그를 죽이려는 이유는 그가 킬러들의 규칙인 어린아이를 죽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레이가 대주교를 암살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한 우발적인 사고였지만, 해리는 실수조차 용납할 수 없는 냉혹한 보스입니다.
이러한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레이는 왜 하필이면 브뤼헤냐고 진심으로 빡쳐 있습니다. 지나가는 관광객에게 뚱뚱해서 종탑에 못 올라갈 거라고 비아냥거리고, 암스테르담에 가면 매춘부들이 널렸다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합니다.
그런 불만을 털어놓았기 때문일까요? 레이의 눈 앞에 거리의 촬영장이 보이고 매력적인 여자 클로이(클레멘스 포시)가 나타납니다.
그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레이는 그녀를 침실로 데리고 가는데 까지는 성공하지만, 그녀가 좀도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래도 레이는 15세기 네덜란드 출신의 화가 히로니무스 보스의 그림 “최후의 심판”을 보고 뭔가 깨달음 같은 것을 느낍니다.
유황불이 이글거리는 지옥, 머리가 새인 옥좌의 왕에게 잡아먹히기를 기다리고 있는 죄인들, 이 초현실적인 그림은 레이의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함과 동시에 그가 대주교를 암살하면서 실수로 어린아이를 죽인 일을 떠오르게 하며 그를 고통 속에 빠트립니다.
이 무렵, 킬러들의 보스 해리는 켄에게 전화를 걸어 레이가 원칙을 어겨 대주교를 죽이면서 뒤에 있던 어린아이까지 죽게 만들었으니, 그를 ‘처치’하라고 지시합니다.
그 명령을 받고 켄은 딜레마에 빠집니다. 레이가 너무 착했고, 또 어린아이를 죽인 것도 실수였을 뿐, 처음부터 원칙을 어길 마음은 그에게는 없었다는 걸 켄이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보스의 명령이지만 켄은 처치를 주저하다 그를 살려주게 됩니다. 안개 자욱한 브리주의 어느 겨울 밤, 초현실적인 기운이 흐르는 중세풍의 거리에 보스 해리가 드디어 나타납니다.
결말과 해석
킬러들의 보스 해리가 나타나자 브리주는 동화 속의 작은 도시가 아니라 생사가 교차하는 암흑의 도시로 순식간에 돌변합니다.
해리는 켄을 보고 마음이 약해져 처음에는 그의 다리에만 총을 쐈다가 클로이와 데이터를 하는 레이를 보고는 켄에게 다시 총을 쏘고 레이를 쫓아가 총을 발사합니다.
해리의 총알은 레이의 몸통을 관통하여 레이에게 달려오던 지미를 맞힙니다. 난쟁이였던 지미가 쓰러지자 해리는 그가 어린 아이인 줄 알고, 자신이 원칙을 어겼다며 자살합니다.
비록 킬러이긴 했지만 그들은 모두 어린 아이를 죽이면 안된다는 직업 의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레이는 실수로 그 원칙을 깨트렸고 켄은 원칙을 어기지 않았음에도 레이의 실수를 묵인하는 바람에, 보스 해리도 원칙을 어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오인으로 인하여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킬러들의 도시>는 폭포수처럼 쏟아졌던 많은 대사 만큼이나 인생에서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우연과 필연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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