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원제 海辺のカフカ)는 2002년 발표한 상권과 하권, 두 권으로 이루어진 장편 소설이다.
작가 자신이 대표작으로 꼽는 이 소설은 제32회 세계환상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어 번역판은 2003년에 출판되었는데, 이 리뷰는 2008년판(김춘미 옮김, 현대문학사)을 읽고 작성했다.
해변의 카프카 줄거리
홀수 장, 15세 소년 다무라 카프카 이야기
이 소설의 홀수 장은 1인칭 시점, 짝수 장은 3인칭 시점으로 이야기가 번갈아 전개된다. 1인칭의 주인공은 열다설 살 소년 다무라 카프카가 주인공이고 3인칭 시점의 주인공은 육십대 초반의 지적 장애 노인 나카타이다.
나카노 구 노가타에 사는 다무라는 까마귀라고 불리는 소년의 “넌 지금부터 이 세상에서 가장 터프한 열다섯 살 소년이 되어야 해.”(18쪽)라는 말을 들으며 15세 생일날 가출한다. 까마귀 소년은 주인공의 망상 속 인물, 다무라의 분신으로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등장한다.
다무라는 아버지의 서재에서 몰래 현금을 빼내 배낭을 메고 예약한 다카마쓰 행 야간 버스에 몸을 싣는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우연히 사쿠라를 만나 같은 자리에 앉아 가게 된다. 그녀가 또래의 남동생이 있다고 하자 그는 혹시 내 누나가 아닐까 상상해 본다.

다무라의 부모는 그가 태어나기 전에 그보다 여섯 살 많은 양녀를 얻었다. 그가 네 살 때 어머니는 자기가 낳은 자식은 두고 양녀만 데리고 집을 나갔다. 다카마쓰에 도착하자 사쿠라는 휴대폰 전화번호를 그에게 주며 만나고 싶으면 연락하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간다.
다무라는 다카마쓰 시에 도착하여 교외에 있는 고무라가의 기념 도서관1에서 저녁 때까지 시간을 보낸다. 그는 <아라비안나이트>2 중에서 한 권을 골라 열람실 소파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면서 이 작은 방이야말로 오랫동안 찾아 헤맸던 장소라고 느낀다.
세계의 움푹 파인 데와 같은 이러한 은밀한 장소를 그는 찾고 있었던 것이다.
이 한적한 도서관의 관장은 사에키이고 직원은 오시마 뿐이다. 후에 밝혀지지만 오시마는 신체 구조는 여성이지만 의식은 완전히 남성인 인물이다. 오시마는 다무라를 굉장히 살갑게 환대해 준다.
사에키와 다무라
오후 두 시가 되자, 다무라는 사에키가 진행하는 도서관 견학에 참가한다. 사십대 중반의 그녀는 고상하고 지적인 얼굴에 날씬한 몸매를 가진 여성이다. 다무라는 그녀가 어머니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는 아름다운(혹은 느낌이 좋은) 중년 여성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소년이었다.
오후 다섯 시에 도서관을 나온 소년은 전차를 타고 시내로 가서 미리 예약해 둔 비즈니스 호텔에서 생애 처음으로 생일을 낯선 곳에서 보내게 된다.
다음 날, 소년은 체육관에서 한 시간 동안 트레이닝을 하고 다시 고무라 도서관에 간다. 가출을 했지만 운동을 하고 책을 읽는 등 놀랍도록 규칙적인 생활을 하루하루 보낸다. 이는 아마도 작가 자신의 성향을 주인공에게 투영한 듯이 보인다.
그렇게 규칙적인 생활을 이어가던 중에 다무라는 이상한 일을 겪는다. 평소처럼 역 앞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그 뒤 일이 생각나지 않는 것이었다.
5월 28일 밤 11시 26분이었다. 소년은 어느 신사 본전 뒤쪽에 있는 숲 속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왼쪽 어깨에 통증이 있고 흰 티셔츠의 가슴 부근에는 꽤 많은 양의 검붉은 피가 묻어 있었다.
자기가 어떤 사고를 치지 않았을까 하는 두려움에 휩싸여 고속버스에서 만났던 사쿠라를 생각해 내 그녀의 아파트에서 야릇한 하룻밤을 보낸다.
다음 날, 오시마는 도서관에서 자신을 도와 일하지 않겠느냐고 소년에게 제안한다. 가출한 소년에게는 완전 꿀 같은 제안이다. 오시마는 도서관장이 허락할 때까지 고치에 있는 숲 속 통나무 집에 묵고 있으라는 호의도 베푼다.
오시마는 소년에게 도서관 관장, 사에키의 이력도 말해준다. 사에키는 열네 살 때부터 고무라가의 장남과 성적인 관계를 맺었고 장남은 도쿄의 대학으로 갔다.
사에키가 다카마쓰 음악대학에 들어가 피아노를 전공하고 자작한 노래 <해변의 카프카>가 히트를 치고 있을 무렵, 장남은 농성 중이던 학생들에게 스파이로 오인되어 죽었다.
그 사건 이후 사에키는 이 고장에서 사라졌다 이십오 년 후 갑자기 돌아와 고무라 도서관의 관장이 되었다고 했다. 고무라 도서관의 서고는 사에키와 장남이 매일 같이 공부하고 음악을 듣고 사랑을 나눈 장소였는데, 사에키는 연인이 사망한 스무 살의 그 장소에 영원히 머물고 싶었던 것이다.
사에키가 허락하여 다무라는 도서관에서 일하며 기거하게 된다. 다무라가 기거하는 방에는 유화가 하나 걸려 있었는데, 흰 모자를 쓰고 조그만 덱 체어에 앉아 있는 열두 살쯤 되어 보이는 소년을 그린 그림이었다.
그러던 중, 다무라는 “세계적인 조각가 다무라 고이치가 자택 바닥이 피바다로 변한 서재에서 발견되었다. 사망 추정 시간은 28일 저녁.”이라는 기사를 읽게 된다. 그의 아버지였다.
28일 저녁이면 그가 신사 본전 뒤쪽 숲 속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던 그날 밤이다. 소년은 아버지가 여러 해 전부터 자신에게 했던 저주에 가까운 예언을 오시마에게 들려 준다.
“너는 언제가 그 손으로 아버지를 죽이고, 언제가 어머니와 누나와 육체 관계를 맺게 될 것이다.”
그리고 소년은 어쩌면 꿈을 통해서 아버지를 죽였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오시마 상의 권유로 그날부터 소년은 경찰의 눈을 피해 도서관에서 숨어 지낸다.
소년은 그날 밤부터 열다섯 살 여자 아이의 유령을 보게 된다. 파란색 원피스를 입은 그녀는 책상 앞에 앉아서 턱을 괴고 벽 어딘가를 보고 있었다. 그 소녀는 바로 사에키였다.
소년은 사에키가 자작한 앨범을 구해 <해변의 카프카> 노래를 들으며 이 방으로 찾아오는 그 소녀가 아마도 입구3의 돌을 찾아냈었다고 생각한다.
소년은 점점 그 소녀 유령에게 빠져 들어 자신이 사랑하고 있는 상대가 열다섯 살 소녀로서의 사에키 상인지, 아니면 현재의 쉰 살이 넘은 사에키 상인지 혼란스러워 한다.
나흘째 되던 밤에는 사에키의 꿈이 소년을 감싼다. 참 묘한 상황인데, 작가는 이렇게 서술한다. “그녀는 눈을 뜬 채 잠들어 있다. 너는 눈을 감고 너 자신의 꿈을 꾼다.” 그리고 꿈 속에서 관계를 맺는 불가사의한 일이 일어난다.
다음날, 소년 다무라 카프카는 자신이 믿고 있는 가설을 사에키에게 말한다. 나의 아버지는 어머니를 손에 넣을 수 없게 되자 스스로 죽기를 원했다.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해 내게 저주를 내렸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가설을 말한 소년은 당돌하게 이렇게 말한다. “사에키 씨, 저와 자지 않겠습니까?”(118쪽)
그날 밤, 아홉 시가 조금 지나자 사에키가 방으로 찾아와 다무라를 데리고 해변으로 산책을 간다. 해변에서 소년은 그녀를 끌어안고 키스를 하고 방으로 돌아와 관계를 맺는다. 일이 끝나고 난 후, 그녀가 울었다.
다음 날, 소년을 만난 사에키는 이렇게 변명을 한다. 요즘 내 주위에서 기압이나 소리의 울림, 빛의 반영, 몸과 시간의 움직이는 방식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어젯밤의 일도 그런 움직임 중 하나였을 거다.
그 말 끝에 다무라는 이렇게 답한다. 그것은 아마도 잃어버린 시간을 메우는 일이었을 거라고.
“나는 <해변의 카프카>입니다. 당신의 연인이며, 당신의 아들입니다. 까마귀 소년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둘 다 자유로워질 수 없습니다. 우리는 커다란 소용돌이 속에 있습니다. 우리는 어딘가에서 벼락을 맞은 겁니다. 소리도 없고 모습도 보이지 않는 벼락에.”(하권 162쪽)
그날 밤, 둘은 다시 한 번 서로를 끌어안은 채 월요일 아침이 찾아올 때까지 시간이 지나가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러한 통속적인 장면들을 묘사하기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짝수 장 이야기는 <해변의 카프카 짝수 장 줄거리, 천진스런 노인 나카타 이야기>에서 계속.
- 에도 시대부터 내려오는 고무라 가문이 자기 집 서고를 개축해서 만든 사립 도서관으로 이 소설의 주요 무대가 된다.
↩︎ - 다무라는 아르비안 나이트가 외설스럽고 난폭하고 관능적인 이야기, 이해를 초월한 이야기가 잔뜩 들어 있어 좋다고 한다. 이야기 자체가 길고 에피소드도 많으며 세부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도저히 같은 이야기라고는 생각되지 않기 때문에 훨씬 매혹적이라는 얘기다.(상권 113쪽) 이는 하루키 자신의 작가관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 - “물에 빠진 손가락은 입구의 돌을 찾아 헤매네. 푸른 옷자락을 처들고 해변의 카프가를 보고 있네.” 사에키가 작사한 노래 가사를 듣고 다무라는 그녀가 입구의 돌을 열었다고 추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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